
유대인들은 경제적 독립이 영적 성숙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생계유지를 위한 돈벌이는 하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신앙의 훈련장으로 생각한다. 그렇다 보니 유대인의 경제관은 다른 민족보다 매우 진보적이다.
유대인들은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받은 민족이다. 1901년부터 2019년까지 20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유대인들은 노벨상만 많이 받는 게 아니라 세계적인 부자들도 즐비하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 시사경제잡지 ‘포브스'(Forbes)지가 지난 2012년 미국의 최고 부호 순위를 발표했는데 40위권 안에 절반이 넘는 21명이 유대인이었다고 한다. 더 데일리 프레스에 따르면, 2013년 미국 억만장자 중 48%가 유대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금도 세계적인 부자들을 떠올리면 유대인들이 참 많다. 스타벅스의 창업자 하워드 슐츠,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공동 창업자,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등 그 수를 다 헤아리기조차 벅찰 정도다.
유대인들은 전 세계 70억 인구 중 약 0.2%인 1,500만 명에 불과하며 주로 이스라엘과 미국에 각각 800만 명과 600만 명 가량이 거주한다. 전체 미국 인구에 유대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겨우 2%에 불과하지만 그들의 경제력은 미국 경제의 20%를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하다. 특히 미국 경제력의 핵심 그룹이라 할 수 있는 재정 정책의 총본산인 재무부, 미국 중앙은행 역할을 하며 달러화를 찍어내 시장에 공급하는 연방준비이사회(FRB), 세계 금융 시장의 핵심 세력 웰 스트리트 금융가를 오랫동안 유대인들이 장악하고 있어서 그들의 힘은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이것은 최근에 일어난 현상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진행된 유대인들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유대인들이 이처럼 놀라운 경제력을 자랑하는 힘의 원천에는 그들만의 독특한 돈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한 생각이라 할 수 있는 돈 철학은 그들의 토라에서부터 기원된다. 토라에서 하나님은 돈을 매우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창세기 1-2장에는 하나님이 세상을 7일간 창조하면서 날마다 평균 한 번씩 좋다는 말을 했는데 창조가 모두 끝난 이후에는 8번째 날에는 좋다는 말을 황금에 대고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강이 에덴에서 흘러나와 동산을 적시고 거기서부터 갈라져 네 근원이 되었으니 첫째의 이름은 비손이라 금이 있는 하윌라 온 땅을 둘렀으며 그 땅의 금은 순금이요 그곳에는 베델리엄과 호마노도 있으며”(창세기 2:10-12).
‘그 땅의 금은 순금이요’를 영어로 옮기면 ‘the gold of that land is good’이다. 한글 번역으로는 순금이지만 히브리어로는 ‘토브’(좋다), 영어로는 good이라는 의미로 번역된다. 따라서 하나님은 황금에 복을 내리신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금은 사람이 추구하는 부와 풍요의 상징이었고, 금은 부식되는 일도 없고 영원불멸하고 완전해서 하나님의 성품을 닮은 매우 귀한 금속으로 여겨졌다.
유대인에게 황금은 두 가지 동경의 상징이 된다. 하나는 신에 대한 복종으로서의 자선이고, 또 다른 하나는 부를 축적하여 누리는 풍요로운 삶이다. 이 두 가지는 서로 모순된 것처럼 보이지만 유대인들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돈을 가지고 이웃을 섬기면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지키는 것이고, 당연히 자신의 삶도 풍요로워진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 돈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뜻에 맞게 사용하면 복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재앙이 되는 것으로 봤다.
“돈은 선한 자에게는 선한 것을 부르고, 악한 자에게는 악을 부른다.” 그래서 그들은 돈을 어떻게 해서든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했다. “돈은 무자비한 주인인 동시에 돈만큼 훌륭한 하인도 없다.”
유대인들이 황금을 사랑하는 단면을 그들의 성(姓)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대인들의 성 중에는 골드나 실버가 붙은 성이 유독 많다. 골드를 포함한 성의 예를 들면, 골드버그, 골드버거, 골드블룸, 골드브럼, 골든, 골덴카프, 골든슨, 골드와이저, 골드해머 등이다. 실버의 예를 들면, 실버맨, 실버슈타인, 실버버그 등이다.
이토록 돈과 금을 사랑한 그들이지만, 무턱대고 돈을 사랑하는 것은 모든 악의 근원 임도 결코 잊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돈을 사랑하지 않도록 쩨다카(Tzedakah, 자선) 훈련을 철저히 받는다. 쩨다카를 유대인들은 ‘마음의 할례’라고 해서 우리 안에 있는 물질적 탐욕을 억누르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탈무드는 쩨다카를 소금에 비유하기도 했다. ‘돈을 보존하는 유일한 소금은 자선을 통하여 돈을 나눠주는 것이다.'(Kesubos 66b) 유대인들은 쩨다카를 통해 돈을 잘 쓰는 법을 먼저 배우고 난 뒤에야 비로소 돈을 제대로 많이 버는 법을 배운다.
유대인 부모들의 경제교육은 바로 쩨다카에서 시작해서 쩨다카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쩨다카로 마음의 탐욕을 비우고 돈은 늘 순환해야 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여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돈은 허투루 써서는 안 되며 돈을 벌 때는 고객에게 최선의 서비스와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서 팔되 그렇게 번 돈도 결국은 사회 공동체를 섬기는 데 다시 환원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유대인들은 경제적 독립이 한 인간으로서 바르게 사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탈무드에서도 아버지가 반드시 해야 할 일 중의 하나로 자녀들에게 반드시 장사(비즈니스)를 가르칠 것을 권고한다. ‘자식에게 장사(trade)를 가르치지 않는 아버지는 그 자식에게 강도 짓을 가르치는 것과 다름없다.'(Kiddushin 29a) 그래서 유대인 부모들은 어렸을 때부터 용돈 교육을 시킨다. 용돈을 정기적으로 주면서 수입과 지출을 기록하게 하고 합리적인 소비와 미래를 위해 필요한 저축과 이웃을 위해 쓸 자선금을 마련하게 한다.
유대인들은 남자아이는 13세, 여자아이는 12세 생일에 바르 미츠바(Bar Mitzvah)라는 성년식을 치른다. 성년식은 유대인들에겐 일생에서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종교적으로 온전한 성인이 되었으니 부모의 가르침을 떠나서 계명을 알아서 배우고 실천해야 할 나이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년식을 치르면 모든 비용을 빼고도 보통 4-5만 불의 돈이 남는다고 한다. 그 돈을 유대인 부모들은 자녀의 이름으로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하고 돈을 불리는 투자에 대해 가르친다. 또한 작은 상업 거래를 통해 돈을 버는 법을 가르친다. 아버지의 가게나 회사에서 일하게 하거나 인터넷을 통해 중고 거래 등을 해보며 물건을 어떻게 하면 싸게 사고, 비싸게 팔지를 고민하도록 유도한다.
돈을 제대로 많이 버는 방법은 토라에 이미 나와 있다. 신실(Integrity)과 정직(Honesty)이다. 신실은 옳은 것은 옳기 때문에 하고,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을 공정하게 대우하며 고객에게 끼친 어떤 손해나 불만도 합당하게 처리하며 혼자 있어도 스스로 삼가는 태도를 포함한다. 탈무드 피르케이 아보트에는 ‘너를 지켜보는 눈과 너의 말을 듣는 귀와 너의 행실을 기록하는 책이 있으니’라고 기록하고 있다. 정직은 어떤 식으로든 고객을 속이지 않고 모든 서비스와 상품 정보를 숨김없이 공개하는 것을 말한다. 계약은 물론 구두 약속 심지어 마음에 정한 결정조차 철저히 지키는 것을 포함한다.
물론 신실과 정직이 비즈니스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 개발도 무척 중요하다. 탈무드에서는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명성을 쌓으라고 조언한다. ‘세상에는 세 가지 면류관이 있다. 토라의 면류관, 제사장의 면류관, 왕의 면류관. 그러나 명성의 면류관이 이 모든 면류관보다 더 낫다.'(Pirkei Avot 4:17)
명성은 신실과 정직을 바탕으로 비즈니스에 임하면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획득할 수 있고 신뢰가 충분히 쌓인 뒤에야 마침내 생긴다. 명성은 브랜드 이미지가 되어서 서비스와 상품 경쟁력을 드높인다. 단, 명성은 하루아침에 쌓이지 않는다. 오랫동안 꾸준히 고객으로부터 인정받아야 가능하다. 고객과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이 늘 꾸준하고 그 태도에 변화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