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글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무라카미 하루키나 스티븐 킹의 글을 읽는다. 딱히 글쓰기에 관한 특별한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서는 아니다. 분위기 전환용이다. 이 두 사람의 글은 자기만의 색깔이 있다. 스타일이 있고 분위기가 있다. 하루키는 맥주처럼 첫 두 모금이 좋은 글을 쓴다. 하지만 속절없이 판타지로 흐르는 뒷부분은 사양이다. 그래서 늘 소설의 앞부분만 읽는다. 스티븐 킹도 마찬가지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전혀 다른 세상의 한복판에 선 기분이 들곤 한다. 묘하게 끌어올려지는 긴장감이 있다. 이들의 글은 애피타이저와 같다. 뭔가 글을 쓰고 싶다는 필욕을 불러일으킨다.

​글쓰기는 고된 작업이다. 그럴수록 선물이 필요하다. 그것은 시간일 수도 있고 공간일 수도 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쫀득하고 경쾌한 키보드의 타건감일 수도 있고, 가기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는 카페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누군가가 쓴 매력적인 스타일의 문장일 수도 있다. 이런 환경 설정은 일부러 계획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뭔가 한 가지에 홀릭 한 사람들은 그들만의 리추얼이 있다. 야구 선수의 루틴처럼, 골프 선수의 마인드 컨트롤처럼, 나에게 키보드와 카페 그리고 매력적인 문장은 가장 나다운 글을 쓰기 위한 일종의 마중물이다.”

(글 : 박요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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