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음악프로젝트, 다시 한번〉은 콘텐츠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였던 인공지능 기술을 아주 멋지게 활용해서 재미와 함께 감동을 준 프로그램입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여 고인이 된 가수를 눈앞에 재현하겠다는 공상 같은 기획으로 만들어진 멋진 콘텐츠로, 1화의 주인공은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누렸던 ‘거북이’라는 그룹의 리더 ‘터틀맨’이었습니다.
쉽고 경쾌한 댄스 음악에 밝고 긍정적인 내용의 가사로 큰 사랑을 받은 남녀 혼성그룹 거북이의 리더이자 프로듀서 터틀맨. 여러 히트곡 중 특히 ‘비행기’라는 노래는 흥겨운 멜로디와 귀엽고 밝은 노랫말로 큰 사랑을 받았죠. 그런데 젊은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고 추억으로만 기억할 수 있는 안타까운 스타가 되었습니다.
이런 그의 목소리를 인공지능 기술로 재현하고, 새로운 노래를 부르도록 학습시켰습니다. 이 과정을 거쳐 그가 생전에 부르지 않은 최근 곡을 터틀맨의 목소리로 직접 부른 것처럼 창조해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의 생전 모습을 바탕으로 새로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도록 하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인공지능으로 재현된 그의 모습을 보기 위해 온라인에서는 그의 팬들과 매니저가 지켜보고 있었고, 공연 무대가 실제로 펼쳐지는 스튜디오 안에서는 터틀맨의 어머니와 형이 앉아 그의 모습을 기다렸습니다. 마술처럼 그가 무대에 나타나 활동하던 예전 그때의 모습 그대로 춤추고 노래를 부르자, 믿지 못할 광경을 바라보던 관객들은 어느새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TV로 지켜보던 저도 눈시울이 붉어지더군요. 고인이 된 스타를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공상이 인공지능 기술과 만나 실현되는 순간, 프로그램을 기획한 PD는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기분을 느꼈을 것입니다.

콘텐츠 기획 회의에 참석하는 PD와 작가들은 각자의 독특한 세상을 자신의 머릿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다른 생각이 한자리에서 부딪치는 순간, 세상에 없는 공상을 하게 되고 이런 시간을 통해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가 탄생합니다. 공상이라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기획안이 실제 영상이 되어 시청자들에게 인정받게 되는 순간이 PD로서 가장 소중한 선물을 받는 순간입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PD나 작가들은 자기 생각들을 마구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공상’의 시간을 마음껏 가질 자유가 있습니다. 어쩌면 ‘공상’의 과정은 자유라기보다는 콘텐츠 기획자에게는 의무에 가깝기도 한데요. 현실 세계에서 영상화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가 만들어질 때까지 모두가 자신의 머릿속 공상을 계속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회의 참여자들의 공상도 귀담아들어야 하고요. 이 과정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모두가 공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며칠 동안 계속되는 마라톤 회의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과정이기도 합니다.
‘공상’의 과정이 콘텐츠 기획의 시작점이라 하더라도 자유분방한 아이디어들이 하나로 정리되기 위해서는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대한 회의 참여자들의 공감대가 있어야 합니다. 현실에 바탕을 두지 않는 기획안은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콘텐츠 소비자들의 트렌드입니다.
(내용 출처 : 결국엔, 콘텐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