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이런 생각이 들었을 때 책 쓸 기회를 얻게 되었다. 사람 일이란 게 정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써야 한다. 어떤 장르의 책이든 불문하고 쓸 수 있어야 한다. 읽기만 하고 끝내면 내 것이 되지 않는다. 마음에 들어도 혹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냥 습관적으로 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글쓰기 실력이 늘게 되어 있다.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것에 로망을 품고 있다. 그럴수록 책을 읽고 후기 쓰기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독서 후기는 최고의 글쓰기 훈련이다. 나탈리 골드버그는 자신의 책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에서 ‘글쓰기는 자유를 향해 헤엄칠 수 있는 위대한 기회다’라고 하면서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했다. 더불어 ‘글쓰기는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고 했다. 대가 열 사람을 만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글쓰기를 배우지 못한다고 했다. 얼마나 다행이고 위안이 되는 말인가? 그러니 쓰자. 그렇게 읽고 쓰는 시간이 쌓이면 그동안의 수고에 대한 보상을 누릴 때가 반드시 온다. 그리고 그때가 당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나처럼 말이다.
— p.62
무엇보다도 시를 읽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한국의 움베르트 에코’로 알려진 김용규 작가는 자신의 저서 『생각의 시대』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언급하며 ‘우리가 시를 읽고, 낭송하고, 외운다는 것은 단순히 감성적 취향을 고양시키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우리의 뇌 안에 은유를 창출하는 신경망을 새롭게 구축하는 작업이다’라고 했다. 간단히 말하면, 시 읽기를 통해 은유를 배우면 천재나 갖고 있을 법한 두뇌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호메로스, 아르킬로코스, 삽포 같은 고대 그리스의 시만 읽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흔히 ‘한국의 명시’로 불리는 시를 읽어도 충분히 그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자주 낭송하고 암송하는 것을 해보라고 했다. 김용규 작가는 이어서 아이들에게도 동시집 한 권을 들려주라고 했다.
— p.76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흔히 산고(産苦)에 비유한다. 글을 쓰고 고치고 몇 번씩 반복하며 여러 계절을 보내야만 한 권의 책이 나온다. 모든 책의 내용이 아주 좋을 수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주 나쁜 것도 없다. 제목이 괜찮아서 읽었는데 내용은 별로 일수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가 얻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공감할 준비를 하고 읽는 것과 그렇지 않고 그냥 읽는 것은 분명 다르다. 감탄과 존경의 마음 없이 책을 읽는다면 독서 후기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책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결국 내가 어떤 마음과 자세로 책을 대하는가에 있다.
— p.134
처음부터 내가 번역가라는 꿈을 꾼 건 아니었다. 힘든 시간에 집중적인 독서를 하면서 3년 정도 지나고 나서 독서로 조금 자신감을 찾았을 때, 일본어 공부를 재개하고 소세키의 작품을 읽고 그러면서 서서히 꿈과 목표를 키워나갔다. 아마도 내가 집중적인 독서를 하지 않았다면 번역가의 꿈을 꿀 수 있었을까(되고 안 되고는 나중 문제다)? 독서는 나약했던 자아를 강하게 변화시키고 어렴풋한 꿈을 찾아내고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선물해준다. 그러니 책 읽기는 우리 인생을 구원하는 행위임이 틀림없다.
— p. 185
사실을 말하자면 저도 이미 책을 낸 작가입니다. 그러나 책은 거의 팔리지 않았고, 저는 실패한 작가가 되었죠. 그리고는 작가가 된 이후로 제 인생에 아무런 시너지효과는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종종 책을 써서 저자가 되면 모든 게 잘 풀릴 것 같이 이야기하는 자기계발서들이 있는데, 직접 해보니 그건 사실이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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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책 하나 쓴다고 해서 세상일이 갑자리 풀리는 건 아닙니다. 누구나 인기 작가가 되는 것도 아니고요. 다만 누구나 하지 못한 것을 해냈다는 자부심 같은 것은 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도 대단한 성취 이루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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