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좋은습관연구소에서 <책만 읽어도 된다>를 쓰신 서평가 조혜경 선생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선생님은 현재 일본어 공부에 매진하며 번역가로의 데뷔를 준비중입니다. 선생님이 번역가의 꿈을 꾸게 된 것은 모두 책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랫동안 책을 읽고, 서평을 쓰다 보니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길이 보였다고 합니다. 작가님의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1. 인터넷 서점 예스24에서 오랫동안 블로거로서 활동해 오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이며, 그동안 몇 개의 서평을 블로그에 올렸는지요?
2016년 여름에 시작해서 현재(2022년 11월) 6년 3개월이 되었습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푹 빠져 살았습니다. 지금까지 등록한 리뷰는 500개가 약간 넘습니다. 공부와 독서를 병행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쓰시는 분들에 비하면 그리 많다고도 할 수 없는 숫자입니다.
2. 친하게 지내시는 블로그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분들과는 어떤 교류를 하고 있나요? 다른 블로거들과의 교류가 독서에 도움이 되나요? 그리고 다른 분들에게도 블로그 활동을 권하고 싶나요?
네, 예스24 블로그는 제 인생의 첫 블로그이고 오랫동안 애정을 갖고 활동하다 보니 친구들이 많습니다. 주로 블로그 공간에서의 교류이지만 좋은 일이나 궂은일이 있을 때 함께 축하해 주거나 위로를 나누며 정을 쌓아 갑니다. 이런 작은 교류들이 블로그를 계속하게 하고, 덩달아 책을 계속 읽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그래서 꾸준한 독서와 글쓰기를 습관으로 갖고 싶은 분들에게는 블로그가 최고의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3. “책만 읽어도 된다”고 하셨는데, 책을 읽고 나서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셨나요?
가장 큰 변화는 버킷리스트에 썼던 작가의 꿈을 이루었다는 점입니다. 이 밖에도 이전보다 더욱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인간관계로 인한 갈등이나 서운함을 곱씹으며 혼자 힘들어하기도 했을 텐데, 독서가 깊어지면서부터는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내려놓는 법을 배웠습니다. 책에서 좋은 문장을 접하게 되면 마음이 정화되는 효과도 있고 등장인물들을 통해 나를 비춰보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게 되는 등 삶의 태도가 많이 변화되었습니다.
4. 이제 막 책과 친해지려고 하는 분에게 꼭 권하고 싶은 독서법이 있을까요? 지치지 않게 책을 읽는 법이라고 해야 할까요?
새로운 마음으로 독서에 취미를 붙이겠다고 결심한 분이라면, 처음에는 한 달 한 권의 책을 자신에게 선물한다는 의미로 소박하게 시작해 보면 좋겠습니다. 책 선물은 관심 있는 분야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좋습니다. 그렇게 작은 성취감을 맛보고 나서 자신감이 붙으면 그때 1주일에 한 권 읽기에 도전하는 식으로 점차 독서량을 늘려가면 됩니다. 그리고 타인과 경쟁하기보다는 자기 페이스에 맞도록 꾸준하게 즐기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5. <책만 읽어도 된다>에서 여러 가지 독서법과 독서 경험을 소개해주고 계신 데, 이것만은 독자분들도 꼭 따라 했으면 좋겠다 하는 것이 있나요?
전작주의자가 되는 법과 여러 권 동시에 읽는 방법을 권하고 싶습니다. 전자의 방법은 관심 있는 작가로 시작하여 그 작가에 대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독서입니다. 한 작의 작품 읽기가 끝나면 또 다른 작가로 이어가며 독서 내공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방법을 잘 활용한다면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어려운 책을 읽을 때 실용서 등의 다른 분야의 책을 섞어 읽으면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됩니다.
6. 올해(2022년) 읽은 책 중 최고로 꼽는 “올해의 책” 딱 3권만 추천해주신다면요? 그리고 추천의 이유도 간단히 들려주세요.
세 권의 책은 빅터 프랭클이 쓴 『빅터 프랭클』, 알렉산드르 푸쉬킨의 『벨낀 이야기 스페이드의 여왕』,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입니다. 맨 앞의 책은 수용소의 삶을 체험한 빅터 프랭클이 자신의 90년 생애를 정리한 책으로 우리에게 어떤 태도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지 가르쳐 줍니다. 두 번째 책은 푸쉬킨 명단편인데 푸쉬킨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느낄 수 있고, 역시 명작은 국적을 불문하고 우리 삶과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마지막 작품은 프랑스 작가 로맹 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두 번이나 공쿠르 상을 받아 세계 문단을 떠들썩하게 했던 작품인데, 주인공 모모와 로자 아줌마를 비롯한 소외된 사람들이 슬픔과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감동적인 이야기입니다. ‘삶에 대한 무한하고도 깊은 애정’이 담겨 있어서 따뜻한 위안을 얻게 되는 책입니다.
7. 혹자는 책만 읽어서 무엇하느냐고 말하기도 하고, 과도한 독서가 마치 내가 대단한 사람인 양, 성공한 사람인 양 착각하게도 하는데, 이런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흔히 독서를 인생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대략 만 오천 원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가성비 도구라고 합니다. 잠깐 비약적인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TV만 열심히 본다고 해서 드라마 작가가 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ㅎㅎ) 그런데 열심히 책을 읽다 보면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실제로 저처럼 작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전보다 작가가 될 수 있는 길도 많아졌고요. 독자에서 작가가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삶을 바꿀 기회입니다.
8. 일방적인 칭찬이나 내용 요약 위주의 서평을 남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런 서평이 책을 고르거나 읽는 분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혹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어떤 서평을 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나요?
네, 그런 종류의 서평이 블로그에 자주 눈에 띄는데, 책을 고르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더라도 정성 들여 썼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그 책을 통해서 배운 점,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내 삶에 적용할까, 또 읽었으면 하는 대상을 언급하는 등 서평을 쓰는 사람으로서 자기 생각을 분명히 밝히는 서평을 쓰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다른 분들이 책을 고르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 그런 과정에서 글쓰기 실력도 향상됩니다.
9. 마지막으로 어떤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나요?
취미 독서를 넘어 꾸준한 독서와 함께 자신의 글쓰기 능력을 키우고 싶은 분들, 나도 옛날에 이러이러한 꿈이 있었는데 사는 것에 치여 잊어버리고 뒤늦은 미련으로 한숨을 쉬고 계신 분들이 읽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책을 읽고 꿈을 찾은 것처럼 이 책을 읽고 가슴이 뛰고 마음이 뜨거워져 궁극에는 잊어버린 꿈을 발견하고 그곳을 향해 나아갔으면 합니다. 또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른 채 살아가는 청년들이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한때 티스토리에서 책을 읽고 서평을 열심히 쓰던 블로거였는데, 그 블로그에 조현병이라는 걸 사실대로 밝혔다가 나중에 제 생계가 막막해져서 어쩔 수 없이 블로그를 접었던 기억이 있네요. 사실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블로그를 접은 게 1번이 아니라 몇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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