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애리 작가의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을 보면 일흔에 번역을 시작하여 15년 경력의 베테랑 번역가가 되었다는 김욱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 산증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김욱 할아버지 덕분에 번역가가 되는 것 그리고 이 책을 쓰는 것에 대해서도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책 읽기와 글쓰기에 푹 빠졌다가 책을 내는 꿈도 이루고 이제는 번역가의 꿈도 생각해 본다. 생각하면 할수록 행복해지면서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움츠러드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과연 정말 할 수 있을까, 이렇게 늦었는데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자꾸만 숨고 싶은 마음이지만 만인에게 공약하면서 더욱 견고한 목표로 삼고 싶다.
“일본어 공부를 계기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책 읽기와 글쓰기 훈련을 통해 책을 내는 꿈을 이루게 되었으니, 이제는 멋진 번역가가 될 것이다.”
블로그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서평 쓰기를 하지 않았다면 책을 낼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이고 숨고 싶은 마음을 다시 단단히 동여매는 일도 못했을 것이다. 사람 일은 알 수 없다는 말을 실감하는 요즘이다.
이 책은 이제라도 책과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읽어도 좋고, 책은 좋아하지만 글쓰기에 부담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읽어도 좋다. 그리고 300개(현재는 500개) 이상의 서평을 써낸 사람은 도대체 무슨 책을 읽고, 책을 어떻게 고르며, 또 글은 어떻게 쓰는지, 이런 것들에 관심 있는 분들이 봐도 좋다.
절대 내가 잘 읽고 잘 쓰고 있다는 걸 자랑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나 같은 보통 사람도 하는데, 당신도 하지 못할 게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뭐든지 때가 있는 법이라고 혹시 나처럼 지나간 시간을 후회할지도 모르는 분들에게 내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오십이 넘어서야 꿈을 발견하고 하나씩 꿈을 이뤄가는 이야기. 사실 내가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선언을 했지만, 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어쩌면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어서 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른다. 그래서 더 희망적인지도 모른다.
<책만 읽어도 된다> 서문 “책 쓰기의 꿈을 이루기까지”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