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가 왜 글쓰기에 도움이 될까

나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필사 할 책과 필사 노트를 펼친다. 만년필을 쥐고 책과 노트를 번갈아 보며 따라 쓰기를 시작한다. 문장을 속으로 되뇌며, 때로는 입으로 중얼거리며 쓴다. 쓰는 행위는 조심스럽고 정성스럽다. 이왕이면 반듯하게 획을 그으려 애쓴다. 때로는 글의 내용과 어울리는 필체로 써보기도 한다.

​필사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의도적으로 찍는 쉼표다. 온종일 여러 일을 처리하느라 쫓기듯 살다가도 침착하게 나에게 집중하는 단 5분의 시간, 그것만으로도 필사는 가치가 있다. 내 삶의 속도는 내가 조정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인 셈이니까.

​무엇보다 필사는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베껴 쓸 문장을 어디에서 찾겠는가. 자연스럽게 독서를 할 명분이 생긴다. 필사하면 1년에 한 권이 아니라 일주일에 한 권도 읽는다. 좋은 글을 쓰는 최고의 비법은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글쓰기에 재료가 되는 배경 지식이 넓어진다. 맥락을 짚어내는 힘이 길러지고 다양한 문장 구조를 접하면서 문해력과 문장력이 자란다.

​필사가 습관이 되면 글쓰기 소재도 마를 날이 없다.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될 때는 필사 노트만 펼쳐봐도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가 튀어나온다. 작가의 문장에 찬반을 얹어보기도 한다. 필사 내용과 비슷한 경험(생각)을 했던 오래전 기억도 끄집어낼 수 있다. 누가 자꾸만 옆구리를 콕콕 찌르는 것만 같다. ‘이래도 쓸 거리가 없다고?’

​어휘력도 풍부해진다. 글쓰기 연습을 하는 분들에게 ‘내글은 단조로워요, 늘 같은 단어만 반복해요’라는 고민을 많이 듣는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단어는 한정적이고 글을 쓸 때 그 안에서 골라 쓸 수밖에 없으니. 남의 글을 읽고 따라 쓰는 것은 타인의 머리로 생각해보는 일이다. 그러다 태어나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단어를 마주치기도 한다. 눈으로 읽을 때는 스쳐 지나가지만 손으로 눌러쓰면 보인다.

​이렇게 만난 귀한 단어는 스마트폰을 열어 따로 국어사전 앱에 저장해둔다. 그리고 기회가 될 때마다 내가 쓰는 글에 넣어본다. 문장 구조도 마찬가지다. 필사를 하면 늘 사용하는 어미와 단문 구조에서 벗어나 다채로운 문장을 만날 수 있다. 결국 내 글쓰기 자산이 된다.

​(글: 작가 김선영)

김선영 작가의 책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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