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할 책은 어떻게 고를까?

필사 습관을 만들려는 목적에 따라 다르다. 어휘력이 빈약해서 고민이라면 문학 작품을 읽고 필사해도 좋다. 우리 고전이나 세계문학에서는 평소 자주 접하지 않은 문어체의 단어를 만날 수 있다. 작가를 믿고 가보아도 좋다. 나는 박완서, 신형철, 신영복, 홍인혜 작가의 책에서 참빗으로 빗은 듯 잘고 고운 단어를 많이 주웠다.

​나는 필사할 책을 따로 정해놓기보다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 고르는 편이다. 기대하고 읽었는데 막상 필사할 만한 구절을 찾지 못하는 책도 있다. 반대로 중고서점에서 헐값에 데려온 책인데,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영감의 우물이 되기도 한다. 읽어봐야 나에게 필요한 책인지 아닌지 안다. 운이 좋게 좋은 책을 만났다면 인연이라 생각하고 필사한다.

​읽기 불편한 번역 투의 문장도 필사해본다. 글로 쓰면서 어디가 불편한지 느껴보기 위해서다. 나라면 어떻게 고칠지도 고민해본다. 번역 투에 익숙해지면(이게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번역서를 읽을 때 덜 불편해진다. ‘내성’이 생기는 의외의 효과다.

​편식보다는 골고루 먹는 게 건강에 이롭듯 글쓰기 능력을 향상하고 싶다면 다양한 분야의 책을 필사하는 걸 권한다. 내가 모르던 전문 어휘를 만나는 기회가 된다. 철학책을 읽으면 생소한 철학 용어나 개념이 자주 등장하는데, 문맥에 따라 뜻을 유추해 보기도 한다. 생소한 단어는 따로 찾아보고 공부도 한다. 어휘력, 문해력, 지식까지 모두 챙기는 셈이다.

​필사 습관을 꼭 문체를 가꾸는 용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다. 작가의 정신을 닮기 위해, 지적 탐구의 기록, 글씨체를 교정할 목적이어도 좋다. 내 머리로 들어온 ‘작가의 생각’이 손 끝으로 나가는 동안, 그게 무엇이든 흔적을 남긴다.

​(글 : 글쓰기 코치 겸 작가 김선영)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필사 문장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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