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독의 기제는 뇌와 화학 물질의 작용이다. 어떤 활동을 하다 보면 목적의식과 성취감을 맛보게 되는데, 이때 분비되는 도파민은 짜릿한 쾌감을 준다. 운동할때 나오는 아드레날린과 고통을 덜어주는 엔돌핀 역시 중독에 이르게 하는 화학 물질이다. 사람들은 운동이 주는 흥분과 쾌감을 더 맛보려다 건강을 잃기까지도 한다.
도박 중독의 예를 들어보자. 명절 때 가족들과 잠깐 즐기는 고스톱이나 수학여행에서 친구들과 심심풀이로 하는 카드놀이처럼 단순한 즐거움을 위한 게임은 중독의 위험이 적다. 문제가 되는 것은 돈이 걸렸을 때다. 다시 말해 보상이 크고 위험이 커질 때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몸에 더 큰 흥분과 짜릿함을 준다.
프로 도박사들이 상주하는 하우스나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는 처음부터 발걸음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들은 학위만 없을 뿐, 인간 심리의 대가들이다. 특히 호구를 끌어다 판 앞에 앉히고 차근차근 벗겨 먹는 방법은 행동주의이론의 정수가 담겨있다.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더 큰 효과를 내는 강화의 다양한 전략들을 개발했다. 정해진 시간마다 강화를 제공하는 ‘고정 간격 강화’와 불규칙한 간격으로 강화를 주는 ‘변동간격 강화’, 특정 행동을 정해진 수만큼 반복해야 강화가 주어지는 ‘고정비율 강화’와 그 행동을 몇 번 해야 강화가 나올지 알 수 없는 ‘변동비율 강화’가 그것이다.
이런 전략을 잘 조합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특정 행동에 몰입한다. 선수(프로 도박사)들이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돈을 잘 쓸 것 같은 호구를 불러들여 처음에는 몇 판에 한 번꼴로 돈을 따게 해 준다(고정간격 또는 고정비율 강화). 돈도 벌고 기분도 좋아진 호구는 자신도 모르게 점점 더 큰돈을 베팅하게 되지만 돈을 딸 확률은 점점 떨어진다(변동간격 또는 변동비율 강화).
큰돈을 잃은 호구는 그동안 잃은 돈을 단번에 만회하기 위해 더 큰돈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선수들은 호구를 완전히 털어먹고 판을 뜬다. 호구가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흐른 뒤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내가 그만한 실력과 운을 갖추지 못했는데 자꾸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것은 누군가 나에게 강화전략을 쓰고 있다는 신호다. 그것이 무슨 일이건 빨리 손 털고 나오시길.
(글: 심리학자 한민)
(위 내용은 아래 책 <한민의 심리학의 쓸모>에서 발췌 재 편집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