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 필사하면 좋은 명문장 30 (2)

11. 나의 흑역사 쓰기

​- 남의 실수를 보는 것 만큼 재미있는 건 없지 않나? 나의 흑역사를 밝힐 때 공감도 찍힌다.

글이 착하면 재미가 없어요. 약간 싸가지 없고 톡톡 튀는 것도 매력이 없지 않아요. 무엇보다 살기가 서려 있어야 해요. 당연히, 쓰는 사람 자신을 겨냥한 살기이지요.

이성복, 『무한화서』, p.87

12. 유사성을 추출해보자

​- 문장 표현 법 중에는 유사성 추출법이 있다. 신선한 비유를 만들어 내는 방법이다.

​- 만약 회사 동료와 로또의 유사성을 이용한 한 문장을 써본다면?

– ‘너무 안 맞는다.’ ‘혹시나 해서 믿어 본다.’

사랑, 행복, 슬픔은 모두 ‘젖어 드는’ 감정들이다. 때로는 폭우처럼 우리를 속수무책으로 만들고, 가랑비처럼 어느새 정신 차려보면 푹 젖어 있게 한다. 피한다고 피할 수가 없고, 잡는다고 잡혀지지도 않는 증발성을 띄기도 한다.

김이나, 『보통의 언어들』, p.60

13. 잘 쪼개고 분석하고 합성하기

– 평범한 소재도 그 특성에 주목해 성분을 정의하면 나만의 시선이 담긴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한다.

– ​‘탐욕’과 ‘게으름’으로 가득 찬 냉장고, ‘새의 깃털’에 ‘진흙’을 섞어 만든 운동화.

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 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어 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승옥, 『무진기행』, p.11

14.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자

​”좋은 글이란 읽기 편하고 아름답게 가꾼 문장만은 아니다. 선택지의 벽을 허물고 무한대로 확장하는 글이다. 고정 관념과 편견을 양산하고, 알고 있는 것을 세뇌시키듯 반복 재생하는 글은 지겹다.”

(작가 – 김선영)

“네 컵은 반이 빈거니, 반이 찬거니?” 두더지가 물었어요. “난 컵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은데.” 소년이 말했습니다.

찰리 맥커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15. 묘사 잘하는 법(1)관찰한 다음 동사를 써라

아래 필사 명 문장을 보라.

“흐르고 날아오르고 꾸불꾸불 기어든다.”

​내 앞에 있는 사물, 사람, 또는 상황을 유심히 관찰해보고 오로지 동사로만 묘사해보자.

습지는 늪이 아니다. 습지는 빛의 공간이다. 물속에서 풀이 자라고 물이 하늘로 흐른다. 꾸불꾸불한 실개천이 배회하며 둥근 태양을 바다로 나르고, 수천 마리 흰기러기들이 우짖으면 다리가 긴 새들이 – 애초에 비행이 목적이 아니라는 듯 – 뜻밖의 기품을 자랑하며 일제히 날아오른다. 습지 속 여기저기서 진짜 늪이 끈적끈적한 숲으로 위장하고 낮게 포복한 수렁으로 꾸불꾸불 기어든다.

델리아 오언스, 『가재가 노래하는 곳』, p.13

16. 묘사 잘하는 법(2)콧구멍과 귀를 연다

​”묘사 잘하는 법은 원초적이다. 콧구멍을 벌름거리고 귀를 활짝 열어보자. 고슴도치가 가시를 세우듯, 온몸의 촉각을 곤두세워보자.”

(작가 – 김선영)

책은 냄새입니다.

모든 책은 태생적으로 나무의 냄새를 지니고 있지요.

갓 구운 빵이나 금방 볶은 커피가 그렇듯이

막 인쇄된 책은 특유의 신선한 냄새로 당신을 유혹합니다.

좀 오래된 책이라면 숙성된 와인의 향기가 나지요.

포도알 같은 글자들이 발효되면서 내는 시간의 맛입니다.

책은 소리입니다.

책과 책 사이를 자박이며 걷는 조용한 발소리,

사락사락 책장을 넘기는 소리,

그리고 연필이 종이의 살을 스치는 소리.

그 소리는 사과 깎는 소리를 닮았습니다.

당신은 사과 한 알을 천천히 베어 먹듯이

과즙과 육질을 음미하며 한 권의 책을 맛있게 먹습니다.

허은실, 『나는, 당신에게만 열리는 책』, p.6

17. 묘사 잘하는 법(3)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분노가 타올랐다’ ‘기분이 울적했다’와 같이 낡은 표현으로는 감흥을 주기 어렵다.

마음이라는 것이 꺼내볼 수 있는 몸속 장기라면, 가끔 가슴에 손을 넣어 꺼내서 따뜻한 물로 씻어주고 싶었다. 깨끗하게 씻어서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해가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널어놓고 싶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마음이 없는 사람으로 살고, 마음이 햇볕에 잘 마르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 마음을 다시 가슴에 넣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겠지.

최은영, 『밝은 밤』, p.14

18. 운율을 살려 쓰기

​유난히 잘 읽히는 글이 있다면 리듬감이 어떻게 되는지 분석해보자.

​”사실, 누구도 이렇게 하나하나 계산하며 글을 쓰지는 않는다. 글을 많이 쓰다 보면 자신만의 리듬이 담긴 문장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작가 – 김선영)

언제든 다시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절박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장벽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 막은 시기부터 나는 지난날의 여행법을 조금씩 후회하고 있다. 좀 더 살피고, 좀 더 걷고, 좀 더 말 걸고, 좀 더 마음 쓸 걸, 하는 마음이 들었다. (p.49)

진정으로 행복할 때는 행복을 고민하지 않듯, 사랑할 때는 사랑을 고민하지 않는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사랑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나의 방식대로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나를 사랑한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우리가 각자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의미였다. 그것은 꿈이 아니었고, 사라질 진실도 아니었다. 우리는 가로등이 없는 골목길을 걸을 때에도 두렵지 않았다. 이제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p.196)

윤성용, 『인생의 계절』

19. 계절에 기대어 글 써보기

​각각의 계절마다 잊지 못할 (어릴적)추억이 있나? 그때의 추억을 써보자. 지금과는 어떻게 다른지 등.

나한테 묻는다면 겨울의 가장 아름다운 색깔은 불빛이라고 하겠습니다. 새까만 연탄구멍 저쪽의 아득한 곳에서부터 초롱초롱 눈을 뜨고 세차게 살아오르는 주홍의 불빛은 가히 겨울의 꽃이고 심동(深冬)의 평화입니다. 천 년도 더 묵은 검은 침묵을 깨뜨리고 서슬 푸른 불꽃을 펄럭이며 뜨겁게 불타오르는 겨울의 연탄불은, (중략) (p.172)

봄은 내의와 달라서 옆사람도 따뜻이 품어줍니다. 저희들이 봄을 기다리는 까닭은 죄송하지 않고 따뜻할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p.148)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20. 복잡한 감정선 표현하기

​”원하면서도 원하지 않는, 미묘한 감정의 결을 알아차리는 섬세함은 글 쓰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자질이다. ‘정서적 복잡성’은 성공한 스토리텔링의 핵심이기도 하다. 행복한 순간에 들이닥치는 아주 작은 슬픔까지도 놓치지 않고 표현해야 한다. 그 시작은 내 감정에 귀를 기울이기는 연습이다.”

(작가 – 김선영)

나는 원하지 않으면서도 정말로 원하지 않는 대로 될까 봐 불안해하고, 원하면서도 정말로 원하는 대로 될까 봐 마음 졸이고 있는 것 같았다. 카오스, 땅은 혼돈하고 흑암이 깊음 위에 있는 상태.

이승우, 『한 낮의 시선』, p.44

(내용 출처 : 따라 쓰기만 해도 글이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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