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시간이 가장 기다려진다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

학교 생활 중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바로 급식시간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도 이 시간을 제일 기다린다는 걸 아이들은 알까?

​남이 해주는 밥은 원래도 맛있지만 특히나 급식은 영양 선생님께서 5대 영양소를 신경 써서 짠 식단표로 만든 음식이라 더 맛있게 느껴진다(영양 교사는 영양 교육과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교원이다). 아침을 굶거나 저녁을 대충 먹어도 급식 하나라면 몸에 미안함이 덜하다. 좀 더 과장해서 말하자면 급식을 먹기 위해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중략)

​급식 시간에 제일 난감한 일은 급식을 먹지 않겠다고 떼를 부리는 아이들이다. 이유도 도통 말하지 않고 급식실로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릴 때면, 내 몸은 하나인데 어쩌냐 싶다. 일단 다른 아이들을 얼른 급식실에 데려다주고 상황을 설명하고, 급식실에 계시는 영양 선생님이나 다른 선생님께 도움을 청한 뒤, 후다닥 교실로 돌아온다.

​급식실에 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이는 나에게는 사소해 보이는 이유일지라도, 본인에게는 무척 큰일이 생긴 것임에 틀림 없다.

우준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지우개가 없어졌음을 급식 시간이 되어서 깨달았다. 지우개를 잃어버려서 입맛도 잃어버린 것이다.

​“우준아. 많이 속상하지? 다시 찾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혹시 못찾더라도 너무 속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래도 우리 밥은 먹는게 어때? 선생님도 너무 배고픈데 말이지……”

​“선생님. 저 정말 밥 못먹겠어요. 죄송해요. ”

​“그래도 밥은 먹어야지. 부모님께서도 우준이가 점심을 굶었다는 것을 알면 몹시 걱정하실거야. 앞으로도 잃어버리는 물건이 종종 생길거야. 선생님도 자주 잃어버렸거든. 그래도 우준이가 훌훌 털어야 지우개도 주인과 잘 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아마 지우개는 다른 주인 만나서 또 잘 살고 있을지도 몰라(선생님인 나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선생님을 기다리는 다른 친구들이 급식실에 있고, 친구들도 우준이가 같이 급식을 먹길 기다려.”

​혹시 내가 건넨 위로가 위로가 안 되고 우준이를 더 슬프게 만들까봐 조심히 눈치를 살피며 말을 건넨다. 결국 급식을 안 먹겠다고 끝까지 고집을 부려 나도 그날 급식을 먹지 못했다. 아침을 굶은 나는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남은 수업을 겨우 끝냈다.

​다음 날 나는 우준이를 다시 불러 속상한 일이 생길 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었고, 선생님께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우준이는 죄송하다는 말을 진심으로 건넸다. 사과를 굳이 들을 목적은 아니였지만 다시는 급식을 못 먹는 일이 생기지 않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방학 중에 제일 그리운 게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급식이다.

​‘너희들이라고 말하지 못해 미안해 아이들아.’ ‘원래 부모 마음이 그래. 원래도 예쁘지만 자면 더 예쁘거든. 그거랑 비슷한 그런 마음이야.’

​나중에 퇴직하고 나서 제일 그리울 것이 아마도 5대 영양소가 풍부한 급식일 것만 같다. 늘상 급식을 먹을 때마다 나도 회사원들처럼 여유 있고 조용하게 점심 특선 먹고, 테이크 아웃 커피 한 잔 사들고 오고 싶은 생각을 자주 하지만 말이다.

ㅡ 5월 출간 예정인 <모두의 일상을 지켜주는 교실>

ㅡ “초보 선생님도 초보 학부모도 꼭 알아야 하는 – 우리 아이들 교실 풍경”

ㅡ 책 내용 중 한 대목을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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