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좋은습관연구소에서는 <핫플의 탄생>을 기념하여, 정희선 작가에게 책과 관련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 답을 받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가님이 일본에서 활동하고 계셔서, 서면 인터뷰 형식을 취했다.
Q. 이번 책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핫플”이라는 공간이 비즈니스적으로도 도시 생태적으로도 나아가 인문학적으로도 무척 의미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핫플(작게는 특정 지역이나 유명 빌딩)은 나타났다 사라지기도 하고, 혹은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하기도 합니다. 이는 시대와 지역의 요구에 따라 핫플이 무엇을 담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 자신을 계속해서 변경시켜나가느냐에 따라 생명력이 달리한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시대나 트렌드가 바뀜에 따라 핫플을 구성하는 콘텐츠가 계속적으로 변화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는 핫플이라는 공간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합니다. 하나는 건물이나 인테리어 같은 ‘하드웨어’, 그리고 그 안에 담기는 ‘소프트웨어’입니다. 소프트웨어는 공간 안에서 열리는 모임이나 전시, 이벤트, 축제, 혹은 리테일 공간이라면 그 안에 입점한 상점들을 의미합니다. 이런 것들이 바로 공간(나아가 핫플)을 구성하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공간의 하드웨어가 주는 매력도 분명히 있습니다. 독특한 건축이나 인테리어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첫 방문을 유도하는 힘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공간을 지속적으로 찾게 만드는 힘은 하드웨어보다는 그 안에서 경험하는 콘텐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가 계속 바뀌면 같은 공간이라도 방문할 때마다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오거나, 팝업스토어가 열리거나, 시즌에 맞는 이벤트가 열리는 것만으로도 공간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집니다. 사람들은 이런 변화를 기대하면서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방문하게 됩니다.
서울의 성수동을 보면 이런 특징이 잘 드러납니다. 성수동이 처음 주목받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낡은 공장 건물이나 독특한 건축 분위기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그 공간 안의 콘텐츠가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카페와 브랜드가 들어오고, 다양한 팝업스토어와 전시가 열리면서 같은 거리라도 방문할 때마다 다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그래서 저는 핫플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랫폼이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새로운 콘텐츠와 서비스를 업데이트하듯, 핫플 역시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가 시대와 트렌드에 맞게 계속 변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공간이 단순히 한 번 가보는 명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다시 찾게 되는 살아있는 장소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Q. 세련됨과 전통의 조화는 여러 도시(핫플)들이 갖고 있는 숙제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동안 시끄러웠던 서울의 종묘 근처의 개발을 둘러싼 갈등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핫플이 계속유지되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세련됨과 전통이 서로 어떻게 역할을 해야 하는 걸까요? 융합되어야 하나요? 아니면, 구시가 신시가처럼 서로 분리되어야 하나요?
저는 세련됨과 전통을 꼭 서로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오히려 전통적이거나 레트로한 요소가 세련됨의 일부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도쿄에서 젊은 층이 많이 찾는 핫플 중에는 1980년대 레트로한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곳이 많습니다. Z세대들은 이런 공간을 단순히 오래된 곳이 아니라 힙하고 감각적인 장소로 받아들이죠.
핫플이 지속되려면, 과거와 현재가 융합되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전통적인 요소를 붙여 놓거나, 무조건 현대적으로 바꾸는 방식으로는 오래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어렵습니다.
대신, 공간 안에 시간의 흔적과 현대적 감각을 함께 담아,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그 조화를 체험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일 것입니다.
Q. 온라인 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오프매장의 역할이 점점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그러면서 핫플이었던 지역도 상권이 무너지는 위기를 겪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에만 촛점을 맞춰, 이에 대응하는 핫플의 전략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제가 다른 저서에서도 자주 언급했듯이, 이제 공간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브랜드와 소비자가 만나는 경험의 장이자 커뮤니티의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공간이 갖는 힘은 온라인이 따라올 수 없는 경험에 있습니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직접 체험하고, 우연한 발견이나 사람들과의 교류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죠.
핫플이 오프라인에서 지속적인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체험과 만남’을 설계하는 전략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상품을 진열하는 매장이 아니라, 이벤트, 워크숍, 전시, 팝업스토어 같은 콘텐츠를 통해 방문객이 공간 안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유도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방문객은 단순히 쇼핑을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 공간 자체와 그 안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즐기기 위해 반복적으로 찾게 됩니다.
또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옴니채널 전략도 중요합니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얻고, 오프라인에서 체험을 하고, 다시 온라인으로 경험을 공유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공간 자체가 브랜드와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됩니다.
결국 핫플이 살아남는 길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장소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나고, 경험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장소’로서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유럽의 도시 개발 전략과 도쿄의 도시 개발 전략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미국과도 다를 것 같고요). 어떤 점이 유사하고 어떤 점이 다른가요?
유럽과 도쿄의 도시 개발 전략은 그 역사와 문화적 배경 때문에 접근 방식이 많이 다릅니다. 유럽은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재개발에서도 역사를 보존하고 활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과 거리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현대적인 기능을 덧붙이는 방식이 많죠.
반면 도쿄는 상대적으로 도시가 젊고, 기획과 디테일에 강한 재개발이 많이 이루어집니다. 건물과 공간을 새로 설계하고, 기능과 디자인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데 능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오래된 것을 철거하고 새로 짓는 방식에서 벗어나, 역사적 공간을 그대로 살리면서 그 위에 새로운 공간과 스토리를 덧붙이는 방식도 늘고 있습니다.
책에서도 소개했듯, 도쿄역 킷테가 좋은 사례입니다. 도쿄역이라는 역사적 건물은 그대로 보존하면서, 내부에 현대적 상업 공간과 문화 시설을 더했습니다. 방문객들은 역사적 건물의 가치를 느끼면서도, 현대적 편의와 재미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Q. 최근 도쿄의 핫플이자 재개발 성공 사례로 아자부다이 힐즈를 많이 얘기합니다. 이곳의 개발 이야기를 책에서 보게 되면, 무척 인상적이었던 것이 “(고급의 인텔리전트한) 빌딩 안에 학교가 들어온다”는 사실이 었습니다. 아무리 국제학교라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런 발상이 가능하게 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그리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지역 발전이나 핫플 탄생의 측면에서 어떤 의미가 있나요?
아자부다이힐즈는 도쿄 재개발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콘셉트는 ‘직주락’, 즉 일과 주거, 여가가 통합된 삶의 인프라를 만드는 데 있습니다. 단순한 쇼핑몰이나 주거지, 오피스 빌딩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생활하고, 일하고,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설계한 공간인 셈이죠.
그 안에 학교가 들어온다는 사실은 아자부다이힐즈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에 초점을 맞췄다는 의미입니다. 가족들이 머물고, 아이들이 성장하며, 이웃과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입니다.
즉, 공간이 단순히 ‘핫플’로서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자의 생활과 커뮤니티를 함께 고려한 마을이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이런 접근은 지역 발전과 핫플 탄생 측면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줍니다. 공간이 단순히 일시적인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명소가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과 경험을 중심으로 설계될 때, 지속적으로 찾고 싶어지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Q. 작가님은 책 첫 머리에 “핫플 탄생의 조건”으로 직(職)주(住)락(樂)을 강조했고, 여기에 더해 그린과 커뮤니티를 추가하셨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건이 도쿄이기 때문에, 일본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생각도 드는데요. 우리가 핫플 탄생의 조건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핫플이 탄생하는 조건이 일본이나 도쿄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핫플이 만들어지는 핵심 조건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매력을 느끼고, 머물고 싶어하는 공간의 본질적 요소는 국가와 지역을 막론하고 비슷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특히 도쿄 사례를 참고하는 이유는, 문화적 배경, 생활 양식, 경제 발전의 역사 등이 우리나라와 비교적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공간을 어떻게 설계하고 재개발하는지가 보다 실질적으로 이해되거든요.
다만 한 가지 도쿄 재개발의 특징은 민관 협력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긴자 식스 개발 당시에는 도로를 옮기는 대규모 조정이 있었고, 도라노몬 힐즈 개발을 위해서는 도로 위로 건물이 지나가도록 관련 법률이 개정되기도 했습니다. 즉, 도쿄에서는 정부가 도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개발 과정에 적극 개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가치를 느끼는가입니다. 그 경험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지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핫플의 핵심 원리는 세계 어디서나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책을 읽으며, 책에서 소개해주신 곳을 모두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이곳을 다 둘러보지 못한다면, 꼭 이곳만은 반드시 방문해보라고 추천해줄 곳 한 곳은 어떤 곳일까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여러 곳을 모두 방문하기 어려우시다면, 저는 아자부다이 힐즈를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곳은 단순히 건물이 멋진 재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라, 녹지를 중심으로 사람들의 생활과 경험을 설계한 공간이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아자부다이 힐즈 안에는 주거, 오피스, 상업시설이 통합되어 있고, 그 안의 점포들 하나하나도 모두 모리빌딩의 기획과 디자인 역량이 집결되어 있습니다. 건물과 자연, 상점과 커뮤니티가 서로 조화를 이루며, 방문객에게 단순한 쇼핑 이상의 체험과 공간의 이야기를 제공하죠.
즉, 아자부다이힐즈를 방문하면 “핫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현장감 있는 답을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재개발과 도시 설계가 어떻게 사람들의 일상과 문화를 연결하고, 하나의 살아있는 마을을 만들어내는지 체감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만큼은 놓치지 않고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 <핫플의 탄생> 작가 정희선(트렌드 분석가,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소비, 리테일 및 공간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달하는 일을 합니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MBA 학위를 취득한 후, 글로벌 경영 컨설팅사인 L.E.K. 컨설팅의 도쿄 지사에서 근무했습니다. 현재는 일본의 경영 정보 미디어 회사에서 세계 각국의 산업과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국내 매체에 일본 트렌드 관련 글을 정기적으로 기고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 시리즈, 『도쿄 리테일 트렌드』 『공간, 비즈니스를 바꾸다』 등이 있습니다.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