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일을 배웠고 그렇게 일을 마쳤다> 박만수 작가님을 만났습니다

신간 “그렇게 일을 배웠고 그렇게 일을 마쳤다”의 박만수 작가님을 만나 책을 내기까지, 책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1. ‘삼성·LG·현대를 다니며 깨달은 것들’이라는 부제가 인상적입니다.

이렇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대기업에서만 근무한 분들도 많겠습니다만, 거기에서 느꼈던 것을 책으로 만든 분은 아마 처음이시겠지요?

세 회사를 거치며 얻은 통찰을 책으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특정 회사에 대한 경험담을 쓸 의도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큰 조직 안에서 일을 해오면서 제 안에 끝까지 남은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고 싶었습니다.

일을 통해 운이 좋게도 과분한 분들을 만났고, 보석 같은 깨달음도 얻었습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흐르는 시간 속에 흩어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기억을 잡을 수 없다면 활자로라도 어딘가에 붙잡아 두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제 삶을 돌아보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책의 가제도 ‘룩백(Look Back)’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생각이 제 안에만 머문 시선이었다는 것을 금세 알게 되었습니다.

제 경험을 자신의 경험에, 제 고민을 자신의 고민에 비추어 공감해 주시는 많은 분들을 만나면서, 글이라는 것이 쓰는 사람의 것이기도 하지만 읽어 주시는 분들의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책은 대기업의 내부를 소개하는 책도 아니고, 성공 공식만을 말하는 자기계발서도 아닙니다.

오히려 세 회사를 거치며 얻은 ‘일의 기준’을 정리한 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 혼자만의 기준이 아니라, 저마다의 치열한 싸움을 견디고 있는 독자분들이 공감하고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2. 작가님은 이미 온라인 글을 통해 많은 공감을 받아오셨습니다.

경험과 관련한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끊이지 않고 풀리는 것이 놀라웠고요.

독자들이 이번엔 책을 읽는 동안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또 이 책을 누구를 위해 쓰셨나요?

경험과 느낌을 끄적이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뭔가 떠오르면 적어두고, 그것들이 쌓이면 돌아보며 서로 연결해 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쌓인 메모들이 기억을 도왔고, 생생한 경험을 끄집어내 글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스토리나 링크드인 등에 쓴 글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어떤 글은 혁신을 말하고, 어떤 글은 조직과 리더십을, 또 다른 글은 커리어와 삶을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늘 같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결국 ‘일의 본질’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눈여겨보셨으면 하는 것은 ‘어디에서 일했는가’보다 ‘어떻게 일했는가’입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많은 기준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 기준으로만 보면 삼성·LG·현대를 다닌 사람은 자연스럽게 좋은 커리어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좋은 커리어를 만드는 것은 회사의 이름이 아니라, 일의 본질을 고민하는 태도와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갖는 습관이었습니다. 저는 그 기준들이야말로 회사를 뛰어넘어 자신의 내면에 끝까지 남는 진짜 자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쓰며 가장 먼저 떠올린 독자는 후배 직장인들이었습니다. 이제 일을 막 시작한 사람, 열심히는 하지만 방향이 흔들리는 사람, 조직에서 책임이 커질수록 오히려 혼란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닿기를 바랐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의 한 후배를 떠올리며, 글을 쓸 때마다 그 친구를 앞에 앉혀 두고 설명한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그러자 ‘너무 뻔하지 않아?’라는 자기 검열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 책은 제 자신과 아이들에게 건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때 누군가 제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조금은 덜 흔들리며 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3. 쓰셨던 글들이 책이 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고 들었습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고,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한 권이 되었나요?

가장 어려웠던 것은 글을 더하는 일보다 덜어내는 일이었습니다.

브런치스토리의 글은 한 편 한 편이 독립적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하나의 글 안에서 장면 하나, 문제의식 하나, 메시지 하나가 또렷하면 됩니다. 하지만 책은 달랐습니다. 각 글이 개별적으로 살아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호흡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브런치스토리에서는 날카롭게 읽히던 문장이 책 안에서는 너무 튀기도 했고, 하나의 에피소드에서는 생생함을 더했던 세부 묘사들이 책 안에서는 오히려 독서의 흐름을 끊는 요소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덜어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애써 적은 것을 버리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어렵게 글을 덜어냈지만, 실은 욕심을 덜어내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에서 책을 쓰는 사람으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또 한 가지 어려웠던 점은 솔직함의 수위를 정하는 일이었습니다. 너무 매끈한 성공담은 현실과 멀어지고, 반대로 지나치게 비판적인 글은 감정의 배설에 머물며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고 싶었습니다. 읽는 분들이 ‘저 사람도 결국 나처럼 흔들리며 지나왔구나’ 하고 느낄 만큼은 솔직하되, 동시에 오래 곁에 둘 수 있을 만큼은 단단한 문장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 균형을 잡는 일이 가장 어려웠고, 시간도 많이 들었습니다.


4. 대기업을 다니고 있거나, 대기업을 준비하거나, 이직을 꿈꾸는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좋은 회사에 다니는 것과 좋은 커리어를 만드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회사는 분명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자원을 활용할 수 있고, 무엇보다 뛰어난 동료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개인의 커리어가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내가 어떤 방식으로 일하느냐입니다.

커리어를 만드는 것은 회사의 이름이 아니라, 그 안에서 축적되는 태도와 판단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이름은 이력서에 남지만, 일하는 방식은 사람 안에 남습니다. 어느 조직에 있든 본질을 보는 힘, 고객을 이해하는 역량, 그리고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를 스스로 길러내지 않으면 커리어는 공허한 껍데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사회 초년생 후배들에게는 너무 빨리 정답을 배우려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선배의 방식을 빨리 익혀 문제를 풀다 보면 당장은 인정받는 것 같지만, 선배도 모르는 미래의 문제를 만나면 오히려 막막해집니다. 맡은 일의 본질을 고민하고, 스스로의 언어로 정리해 보면 좋겠습니다.

남이 해온 방식을 빠르게 반복하는 사람보다 자기 판단의 근거를 가지고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결국 조직과 세상을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이 회사와 인생을 동일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큰 회사는 생각보다 튼튼합니다. 회사는 늘 규모에 맞는 최적의 의사결정을 하기 마련이고, 혹시 주변에 불합리와 비효율이 보이더라도 회사는 그 모든 것을 품고 항공모함처럼 우직하게 성장해 왔습니다.

대기업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 개인은 다릅니다. 좋은 회사에 다닌다고 모두 좋은 인생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하루의 많은 시간을 회사에 쏟고 있고, 그 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무엇을 하든 오롯이 자신의 하루에 집중해 즐겁게 지내고, 가끔 돌아볼 때 시간이 아깝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보낸 하루가 쌓인 궤적이 우리 인생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우리가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5. 책에 담긴 여러 경험 가운데, 독자들에게 특히 하나를 꼽아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사례일까요?

하나를 꼽자면 저는 ‘기회는 악마의 얼굴을 하고 찾아온다’는 에피소드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이야기는 회사에서의 경험이라기보다, 오히려 열심히 앞만 보며 달리던 회사 생활에서 벗어나 어쩔 수 없이 멈춰 서야 했던 시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큰 부상을 당해 모든 것이 멈췄습니다. 빠르게만 흐르는 세상에서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은 불안감도 컸습니다. 몇 개월 뒤처졌다고 생각하면 남들보다 두 배의 속도로 뛰어야 할 것 같았지만, 다른 길로 갈아탔다고 생각하자 속도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조급함을 조금 내려놓고 나니 멈춰야만 보이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에만 파묻혀 있을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가족의 소중함, 일상의 작지만 분명한 행복이 비로소 선명해졌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 멈춤은 단순한 상실이 아니라, 제 삶을 다시 보게 만든 전환점이었습니다.

삶에서도 일에서도 위기는 찾아옵니다. 중요한 것은 위기를 어떻게 회피할 것인가가 아니라, 그 일이 아니었다면 가지 않았을 새로운 길에서 어떻게 기회를 발견할 것인가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분들도 삶에서든 회사에서든 예상치 못한 일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크기와 모양은 달라도 누구나 저마다의 위기를 통과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 위기를 단지 상실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그 안에서 자기만의 기회를 발견해 내는 내면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의 각도가 중요합니다. 단단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빠르게 따라잡는 것만이 답은 아닙니다. 때로는 위기로 인해 삶의 밀도가 높아지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더 풍요로운 길이 열리기도 합니다.


6.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책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그리고 현재 새롭게 중견기업에서 후반전을 뛰고 계십니다.

작가님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궁금합니다.

저는 이 책이 독자들에게 읽고 바로 덮이는 책이 아니라, 일하다가 한 번씩 다시 펼쳐보게 되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당장 성과를 높여주는 이론서나 기술서라기보다, 흔들릴 때 돌아볼 기준을 주는 책이면 좋겠습니다.

누군가를 독려하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책이기보다, 조용히 자기 일과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며 위로를 주는 책, 독자분들의 마음속에서 천천히 오래 숨 쉬는 책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가능한 오래 일을 하고 싶습니다. 현재 회사에서 가장 감사한 점은 여전히 치열하게 고민하고 도전할 일이 많다는 것입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도 있지만, 언젠가부터는 오히려 그 바쁨에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앞선 대기업에서의 시간이 축적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그 경험을 또 다른 장에서 환원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습관적으로 일을 하기보다,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지를 더 자주 고민하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본질은 잊지 않으면서도, AI처럼 빠르게 변하는 수단에는 끊임없이 도전하며 진화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틈틈이 계속 글도 쓸 생각입니다. 글은 온라인으로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도 하고, 훌륭한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계속 쓰고, 계속 나누고, 계속 질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수필이나 자기계발서가 아닌 소설도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사실적으로 남기는 것도 좋지만, 그 위에 상상력을 더할 수 있는 소설이나 시나리오 역시 무척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래의 세상이 어떻게 변해갈지, 또 어떤 계기로 누구를 만나게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언젠가부터는 인생이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축복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는 인생의 모험과 고난까지도 조금 더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최대한 다양하게 경험하고 풍성하게 나누고 싶습니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고단하지만 또 찬란하게 완성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박만수

박만수는 서울에서 태어나 자랐고,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했다. 보스턴칼리지에서 컴퓨터사이언스 학사를, 뉴욕대학교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를 취득했다.

귀국 후 삼성전기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며, 이후 LG전자에서 전략과 신사업 등 다양한 보직을 거쳤다. 재직 중 MIT 슬론 경영대학원 MBA 과정을 마쳤고, 마지막으로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을 총괄했다.

이후 현대글로비스에서 신사업을 총괄하는 스마트이노베이션사업부 사업부장(상무)을 지냈다. 그 후 인생에서 처음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글을 썼고, 집필을 마친 뒤 현재는 중견기업인 효림그룹에서 전략 및 신사업을 담당하며 인생 2막을 새롭게 펼치고 있다.

· 1999~2004: 삼성전기 기술총괄 무선랜팀(선임연구원)
· 2004~2020: LG전자 CTO 신사업전략팀장, 신기술투자팀장, LG전자 IPD(Innovative Personal Device)사업부 신사업개발팀장, LG전자 뉴비즈니스센터 신사업실 실장, LG사이언스파크 오픈이노베이션담당(담당)
· 2021~2023: 현대글로비스, 스마트이노베이션사업부 사업부장(상무)
· 2024~현재 : 물류산업진흥재단 자문위원
· 2025~현재 : 효림그룹 상품개발본부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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