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여행이 되는 습관(2)

일상이 여행이 되는 습관 20가지를 모았습니다. 사실 무슨 특별하고 대단한 방법은 아닙니다. 잠시 생각을 바꾸고, 낯선 길로 들어서고, 안 한 걸 해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인생을 여행처럼 살 수 있는 방법”까지도 알게 됩니다. ㅡ 카피라이터, 번역가, 그래픽 디자이너, 드라마 작가, 브랜드 마케터, 영화 마케터. 이렇게 7명의 필자가 모여 일상이 여행이 되는 습관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이 내용은 도서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 : 일상이 여행이 되는 습관>(링크)에서 발췌했습니다.

11. 따릉이를 타고 출퇴근하는 습관

​따릉이를 타고 가장 많이 오간 길은 출퇴근길이다. 정착하지 못하는 프로이직러로 5년 동안 다녔던 회사만 일곱 곳 정도 되다 보니 양천구, 건대, 성수, 상암동, 강남 등 다양한 지역으로 따릉이를 타고 출퇴근을 했다. 그렇게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울 시내 안 가본 곳이 없는 것 같다. 망원에서 강남까지 자전거를 타면 한 시간이 소요된다. 반포대교까지 한강을 보면서 달리다 보면 출근길이란 것도 잊을 만큼 한없이 기분이 좋아진다. 여름에도 강바람 덕에 그다지 덥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반포대교를 건넌 후부터는 얘기가 달라진다.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구간으로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김주은)

12. 매일 아침 나만의 운동을 하는 습관

​운동을 시작하고 5년째 되던 해, 드디어 그 결심이 이루어졌다. 비행기를 네 번 환승하고 64시간 만에 브라질 살바도르에 도착했다. 살바도르는 브라질의 첫 번째 수도였던 곳이자 아프리카인들이 브라질에 노예로 끌려오면서 처음 도착한 곳이었다. 그곳에서 까뽀에이라가 시작됐다. 나는 까뽀에이라를 하려고 브라질에 간 몇 안 되는 한국인 중 한 명이었다.까뽀에이라 본고장에서의 경험과 기억은 내 몸과 마음에 새겨져 있다. 그곳에서 느꼈던 자유와 여유 역시 내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다. 나는 운동하는 순간만큼은 항상 브라질에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마음대로 떠날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언젠가 다시 그곳에서 운동하는 날을 기다리며, 나는 매일 아침 브라질에 간다. (박재포)

13. 재래 시장을 가는 습관

​동네의 재래시장이 대형 건물과 아파트에 밀려 사라지는 건 슬프고 허전한 일이다. 무언가를 사기 위해 시장을 가기도 하지만, 기분이 가라앉는 날 괜히 한번 들르는 곳도 시장이다. 미끈한 생선과 산나물, 전국에서 온 각종 ‘햇’과일들, 이제 막 뽑아낸 말랑한 가래떡, 솥 위로 허옇게 김을 뿜어 올리며 익어가는 만두, 유리 진열대를 가득 채운 통통한 꽈배기 그리고 오른쪽 왼쪽 물건을 살피다 보면 내일 걱정 같은 건 멀찌감치 물러나고 어느새 오늘 뭘 먹을지 단순하고 즐거운 고민에만 집중하게 된다. 오늘 내 앞의 시간보다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자꾸 마음이 쓰일 때 시장에 간다. 새로운 나라, 새로운 도시에 가서 꼭 그곳의 시장에 들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다시 발을 딛고 집중하고 싶어서다. 오늘 이 시간을 잘 살아 내면 된다. (김경영)

14. 서점을 가는 습관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공간, 텍스트로 가득 차 있지만 별다른 말이 필요치 않은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낀다는 걸 깨달은 이후 이런 장소들은 나의 힐링 스팟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의사소통만으로도 이미 피곤한 해외여행 중에 서점과 도서관을 즐겨 찾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안에서는 모두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대놓고 쳐다보거나 말을 거는 사람도, 눈치 주는 직원도, 인종 차별도 없다.’ (이승은)

15. 모임을 나가는 습관

​우리 섬북동 모임도 그렇다. 시작은 카피라이터가 되기 위한 수업이었고, 각기 다른 시기에 수업을 들은 사람들이지만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 서로 얼굴을 익히고 알게 되었다. 섬이라 불리는 모임에서 책을 읽는 소모임인 섬북동이 만들어졌다. 섬북동의 멤버 중 일부와는 함께 독립 잡지를 만들고 있고 이번에는 함께 책을 쓰고 있다. 여러 사람이 만나 새로운 모임이 만들어지고, 그 모임은 또 다른 길과 세상을 열어 준다. 다양한 세상을 접하기 위해 나는 여행하듯 모임에 나간다. (박재포)

16. 랜선으로 다리를 건너는 습관, 그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습관

​두발로 직접 건너고 랜선으로 세계의 다리를 여행하면서 느낀 공통적인 매력은 그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양화 대교, 마포대교, 서강대교, 성산대교를 건널 때 한강을 내려다보면 속이 뻥 뚫린다. 랜선으로 여행할 때도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은 다리 위에서 풍경을 바라볼 때이다. 막힘없이 펼쳐진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자신감이 저절로 차오른다. 여행을 하게 되면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갑갑한 현실을 피할 일탈의 기회로 그리고 돌파구로 여행을 떠난다. 집에서 세계 각국의 다리를 건널 수 있는 랜선 여행이 그런 돌파구이며 일탈의 기회이다. (김주은)

17. 아침마다 달리기로 떠나는 짧은 여행

누구와 경쟁하지 않고 나만의 페이스로 혼자 달리게 되었다. ‘어쩔 수 없어’ 투덜대던 일상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이 많으면 좋겠다’는 긍정의 일상으로 바뀌고 있다. 여행을 길게 멀리 떠날 수는 없지만, 아침마다 떠나는 짧은 여행으로 더욱 상큼하고 예리하게 감각들을 다듬고 있다. 어쩌다 내 것이 돼 버린 달리기 습관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 귀찮아서 늘어지는 마음의 멱살을 쥐고 운동화를 신는 순간까지 나와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숨을 크게 쉰다. 발로 땅을 차며 앞으로 나간다.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서미현)

18. 남의 시간이 아닌 나의 시간으로 사는 습관

​남의 시간이 아닌 나의 시간을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 시간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 프리랜서의 길을 택했다. 일에 파묻혀 있다 집에 오면 뻗어서 자고, 다음날 아침이면 다시 일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생활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일과에 쫓기지 않고 오늘 할 일을 최소한으로만 잡고 최대한 여유를 즐긴다. 물론 프리랜서다 보니 가끔은 생활고에 시달린다. 하지만 일이 몰릴 때는 회사에 다닐 때보다 더 바쁘게 일한다. 밤을 새우며 일에 매달린다. 그런 와중에도 약속을 잡고 사람을 만나고 나름의 휴식을 취한다. 직장인이었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생활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을 나만을 위해 고스란히 쓰는 것, 그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여유 있는 삶을 살게 된다. 나는 오늘도 나만의 시간 사이를 여행한다. (박재포)

19. 기념품으로 여행을 추억하는 습관

​나를 위한 기념품을 쇼핑하던 여행의 마지막 날, 같이 오지 못한 이들에게 전할 기념품을 사러 돌아다니고 어떤 것이 어울릴까 고민하던 시간들이 다시 오면 좋겠다. 그리고 오래도록 일상의 습관처럼 쓸 수 있는, 그래서 그때를 떠올릴 수 있는 아이템을 다시 구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 (서미현)

20. 목적 없이 동네를 배회하는 습관

​흔히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돈과 시간을 펑펑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돈과 시간을 써도 목적이 생기면 힘들어진다. 뭔가 꼭 경험해야 할 것 같고, 놓치지 않고 즐겨야 할 것 같은 불안함. 그걸 벗어나야 여행은 즐거워진다. 결국 여행이 가져오는 여유로움은 ‘목적 없음’에서 나오는 것 같다. 그러니 여행 같은 일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가끔 동네를 배회할 필요가 있다. 살 것도 없는 시장을 기웃거리고, 빠르게 걷는 사람과 자전거를 피해 강변도 어슬렁거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풀 더미 사이로 새들이 떼로 옮겨 다니는 모습도 지켜본다. 그러다 보면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은 예쁜 순간을 만나게 된다. 그것이 바로 목적 없는 여행자의 기쁨이다. (차매옥)

21. 눈 높이에 새겨진 기억들을 다시 꺼내본다.

광화문 앞 빌딩의 어느 꼭대기 카페, 도심이 내려다보이는 루프탑 호프집, 집 안의 창, 작업실의 창, 한강 변의 미술관, 아주 높지는 않아도 약간의 높이만 달라지면 나는 언제든 여행을 한다. 그동안 다녔던 여행지의 전망이 높이의 마디가 되어 새겨져 있다. 그래서 그 높이에 다다르면 자연스럽게 여행의 추억과 그때 봤던 전망이 떠오른다. (서미현)

22. 여행지에서 듣던 음악을 다시 듣는 습관

​긴 여행을 떠나게 되면 한 달 전부터 BGM 리스트를 짜서 폴더에 모았다. 친구에게 리스트를 받기도 하고 그 지역에 어울릴 만한 것들을 골라서 담기도 했다. 그러나 비행기 안에서는 영화를 보다 쓰러져 자고, 여행지에서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걷기 바쁘다 보니 잘 안 듣게 되었다. 현지의 소리가 음악인데, 굳이 이어폰을 끼고 다닐 이유도 없었다. 다만,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길 때는 준비해간 BGM이 빛을 발했다. 그리고 그 음악들이 여행을 끝내고 다시 서울로 돌아오면, 훌륭한 타임머신의 역할을 했다. (서미현)

23. 매일 저녁 노을을 보는 습관

​멋진 여행지에서 보는 노을은 5성급 호텔에 체크인할 때 주는 웰컴 드링크 같고, 기념일 맞이 서프라이즈 선물 같고, 투숙객만 누릴 수 있는 해피 아워 서비스 같다. 그 풍경은 매일 다르고, 시시각각이 달라 도무지 질리지가 않는다. 방콕 카오산 로드에서 본 보랏빛 노을과 볼로냐 출장 기간 동안 매일 퇴근길에 본 핫 핑크 컬러의 노을, 남편과 코타키나발루에서 본 오렌지빛 노을을 나는 앞으로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여행지에서 노을에 감탄하다 다시 일상 속에서 노을을 볼 때면 왠지 또 오묘하다. 저 노을 반대편에서 어느 여행자가 나와 같은 풍경을 보고 있지는 않을까? (이승은)

24. 단톡방에서 사진전을 하는 습관

​사진 하나로 우리의 일상은 다시 한번 마법에 빠졌다. 완전히 잊은 건 아니지만 조금씩 희미해져 가던 그날이 다시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리고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 끝없이 이어지는 우리의 수다는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게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 제대로 상기시켜 주었다. 아무리 힘차게 떠들어도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서로의 벅찬 감정을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었다. 한참을 즐거워했지만 언젠가 그곳에 다시 가보기로 약속하며 단톡방 추억 여행은 끝났다. 그래도 여행을 함께 추억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하다. 덕분에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습관 하나를 찾은 것 같다. (차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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