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이번 생은 망한 거 같습니다. 특히 저희 같은 남자들은 학교 졸업하면 군대도 가야하고. 집값은 너무 올라 돈 벌어 집 사는 건 불가능하고. 저희는 어떻게 살아야 하죠? 앞이 캄캄해요.”
중학교 1학년 비대면 경제 특강 시간이었습니다. 수업도 시작하기 전에 이제 겨우 14살, 중1 남학생의 푸념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갖고 생활하는 것은 좋은 거 같아요. 그런데 기대감과 긍정적 생각을 함께 가지고 보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에 여러분이 진짜 캄캄한 곳에 갇혀 있다고 생각해보세요.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지만 ‘이게 무슨 상황이지?’하면서 현재 처한 상황을 생각해 볼 것입니다. 그리곤 정신을 가다듬고 손을 뻗어 더듬거리며 조심조심 한 걸음씩 움직일 거예요. 그렇지만 그냥 주저 앉아만 있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겠죠. 마찬가지예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피고 기대감을 가지고 하루하루 충실히 살다 보면 좋을 일들이 생길 거예요.”
중1 아이들에게 이렇게 답을 해주었는데,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과거에는 공부 열심히 하고 대학 가서 졸업하면 취직하고, 회사를 열심히 다니면서 매달 월급을 받아서 아끼고 저축하면 돈도 모이고, 집도 사고 부자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을 가도 졸업하기가 어렵고 취직도 쉽지가 않습니다. 한 회사만 몇 십년동안 다니는 평생 직장의 개념도 사라졌습니다. 매월 월급 받아서 저축은커녕 카드 값에 대출금 갚기도 빠듯한 세상입니다. 열심히 저축을 한들, 저금리 시대라서 돈은 기대만큼 금방 불지가 않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올라있고,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도 꾸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고 알려주어야 할까요? 제가 아이들에게는 희망을 얘기했지만, 부모인 우리는 달라야 합니다. 기대감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필요한 다른 것이 더 있습니다.
소를 이용해 밭을 일구고 농사짓던 시절, 땀 뻘뻘 흘리며 소 끌고 쟁기질하며 밭을 갈고 있는데 그 옆에서 쓩~ 하고 지나가는 트렉터를 보았습니다. 기분이 어떨까요? 열심히 마차를 끌고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던 마부가 있던 시절, 마부가 마차를 끌고 가는데 갑자기 빠르게 쓩~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았습니다. 이때의 기분은 또 어떨까요? 소를 이용해 농사짓던 시절, 트렉터로 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았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자신의 일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니 새로운 기술들에 대해 어떻게 사용하는지 체크해보아야 합니다. 마차를 끄는 마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부가 자동차를 보았다면 자동차에 관심을 갖고 어떻게 쓰는 것인지 알아보아야 합니다.
부모라면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함께 그것에 수반되는 지식과 때로는 용기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가르쳐야 합니다. 우리 아이가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지, 진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등 생각이 막연하더라도 세상의 변화 흐름을 알고 공부하는 것은 영어 수학 공부를 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알려주어야 합니다. 우리 집 돈은 어쩌면 그곳에서 비롯되고 있는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는 간단히 그동안의 경제(돈) 흐름을 요약 정리해보겠습니다. 평소에 경제 공부, 역사 공부를 꾸준히 하는 분이라면 이 내용을 건너뛰셔도 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그동안의 자본주의 흐름을 충분히 설명할 자신이 없다면 꼭 읽어두고 기억해두면 좋겠습니다.

세상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되어 왔습니다. 영국에서 일어난 1차 산업 혁명은 가내 수공업을 하던 방식에서 공장 기계를 통해 대량 생산하던 방식으로 공업화를 만들었습니다. 여기에는 증기 기관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수증기의 열 에너지를 기계적인 일로 바꾸어 주는 장치인 증기 기관은 사람들의 노동방식을 바꾸었습니다. 공장식 생산 방식이 일반화되면서 집에서 일하는 대신 공장으로 출근해 증기 기관으로 작동하는 기계에 맞춰 일을 했습니다.
사람들은 공장 근처에서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도시화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공장에서 만든 값 싼 물건들은 도시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이때부터 자본가가 생기고 노동자가 생겨났습니다. 이같은 1차 산업 혁명은 봉건주의(귀족과 노예)체제를 자본주의 체제로 사회를 변화시킵니다. 2차 산업혁명은 19세기 말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철강, 화학, 자동차, 전기의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작됩니다. 미국의 토마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는 전기 에너지 혁명을 일으킵니다. 전기를 다루는 기술은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더욱 발전을 거듭합니다. 전화기와 라디오가 발명되었고, 컨베이어 벨트를 통한 대량 생산이 시작되었습니다. 점점 더 사람들은 풍요의 시대를 살게 되었습니다. 3차 산업 혁명은 바로 컴퓨터의 대중화와 인터넷의 보급을 통한 정보 기술의 시대입니다. 인터넷의 보급은 일상 생활의 일대 변혁을 가져왔습니다. 전자 메일, 인터넷 쇼핑, SNS 소통 등 일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는 디지털 세상을 만들었습니다. 인터넷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스마트폰은 누구나 하나씩 갖고 있는 기계가 되면서 일상의 거의 모든 일을 손 안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보와 지식이 중요한 자원이 되어가며, 전 세계는 지리적 영향 없이 모든 영역이 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에 발 맞춰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은 디지털 세상의 문명을 만들어가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몇 차 산업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을까요? 4차 산업혁명의 시기입니다. 3차 산업 혁명에 적응해 가려니 벌써 4차 산업 혁명의 시기라고 합니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은 4차 산업 혁명에 가속도를 붙였습니다. 서로 대면할 수 없으니 온라인상에서 대부분의 활동을 하게 되고 4차 산업 혁명을 대표하는 기술 키워드인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메타버스) 등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4차 산업 혁명의 주요 기술 키워드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빅데이터’란 단어 그대로 엄청난 정보라는 뜻입니다. 인터넷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거대하고 복잡한 데이터의 전체 집합을 말합니다. 수많은 교통 데이터를 통해 교통 사고를 예측하고, 범죄 데이터를 통해 범죄 예측을 합니다. 질병 데이터를 통해 맞춤형 치료도 가능해집니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내 생활에 어떻게 사용될까요? 나보다 나를 더 잘 파악하는 것이 바로 빅데이터입니다.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넷플릭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은 내가 이용한 데이터 등을 분석하여 취향을 알아내고 거기에 맞춤해서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추천해줍니다. 기업들은 이런 정보를 이용해 더욱더 많은 소비를 부추깁니다.
인공지능은 알파고를 통해 전 세계적 관심을 끌었습니다. 기계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지능을 통해 생각하는 기계가 되는 것입니다. 동물에게도 지능이 있긴 하지만 지능은 인간의 고유한 능력인데, 기계가 스스로 학습(딥러닝, 머신러닝)을 통해 지능을 갖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이라는 드라마에서 딥러닝를 쉽게 설명한 장면이 있습니다. 컴퓨터를 타잔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타잔(컴퓨터)은 무인도에서 자라 여자를 한 번도 본적이 없는데, 어느 날 제인이라는 여자가 무인도로 왔습니다. 타잔이 제인에게 돌맹이를 주니 싫어하는데 꽃을 주니 좋아하고 뱀을 주면 싫어하는데 예쁜 토끼를 주면 좋아합니다. 제인에게 소리치면 싫어하는데 웃어주면 좋아합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타잔은 제인의 마음을 얻어가는 것을 배웁니다. 이런 과정을 딥러닝이라고 합니다.
‘사물인터넷(IOT)’은 세상에 존재하는 물건(무형의 물건포함)들이 서로 연결되어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우리 집의 물건들이 IOT로 서로 연결되면 스마트한 집이 됩니다. 내가 집안에 있지 않아도 집안의 상황을 알고 조절과 통제가 가능해집니다. 게임과 같은 가상 현실은 현실 세계에는 없는 것으로 가상으로 만들어 직접 체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현실의 상황을 확대해서 보여주는 기술로 AR(증강현실)이 있습니다. 이는 실제 물건을 보는데, 디지털 정보가 함께 보여지는 것을 말합니다. ‘포켓몬 고’게임처럼 나는 현실에 있는데, 스마트폰이나 특정 기기를 통해서 어떤 정보가 보이는 것을 말합니다. 즉, 내가 있는 현실을 다른 정보가 더해져서 증강되는 것을 말합니다. 이밖에도 우리가 알아야할 키워들에는 클라우드, 알고리즘, 메타버스, 가상화폐, 블록체인, 핀테크, 스마트페이, NFT 무척 등 많습니다. 돌아서면 새로운 키워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본주의와 기술이 결합되면서 세상은 점점 더 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하게끔 합니다. 그러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가 바로 환경 문제입니다. 소비자들은 이제 환경 문제를 자신의 소비 활동과 연계시켜 보기 시작했습니다. 기업은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자는 다량의 자원을 소비하며 경제가 성장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젊은 세대(MZ세대)들은 환경 문제에 더욱 적극적입니다. 이들은 소위 착한 기업들의 물건을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친환경 기업들의 물건을 소비하며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물건을 불매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ESG혁명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ESG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새로운 개념입니다. E(Environment, 환경), S(Social, 사회), G(Governance, 지배구조)에서의 기업의 역할을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소비자와 연대해야 살아남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너무 거시적인 얘기만 했나요? 바로 내 옆의 생활 경제의 변화들도 살펴보겠습니다. ‘플랫폼’이란 키워드도 심심찮게 많이 들었습니다. 플랫폼은 일종의 시장과 같습니다. 초기에는 한가지 이유로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여기에서 다양한 일들이 일어납니다. 카카오톡은 대한민국 대부분의 국민들이 쓰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안부와 소식을 서로 주고받는 말 그대로 톡(talk)을 하던 서비스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대 플랫폼이라고 부릅니다. 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모든 활동들이 이곳에서 이루어집니다. 물건을 사고, 선물을 사고, 게임을 하고, 만화를 보고, 택시를 타고, 은행 일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입니다.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던 공간이 이제는 다양한 다양한 경제 활동을 지원하고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플랫폼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인플루언서들입니다. 이들은 자신에게 모인 신뢰를 바탕으로 특정 물건을 홍보하고 판매하기도 합니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거래하는 것이 활발해지자 중고 상품도 하나의 거래 대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중고물품 거래 서비스인 당근마켓은 최근 기업 가치가 1조를 넘는 유니콘기업으로 급성장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만큼이나 국민 대부분이 쓰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각종 플랫폼으로 점점 더 다양한 사용자가 모이고 이들을 위한 서비스들이 늘어나면서 사용자가 남기는 데이터도 점점 더 많아지고 커지게 됩니다. 바로 빅데이터입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점점 더 많은 소비를 유도하는 맞춤 서비스를 내놓습니다. 플랫폼으로는 현실의 물건만 거래되지 않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물건들도 거래되기 시작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외부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청소년들은 땀 흘리며 뛰어 노는 것 대신 온라인에서의 게임을 즐겼습니다. 온라인 게임은 단순히 게임만 하는 공간이 아닙니다. 게임 속 가상 세계에서 나의 부캐(부캐릭터),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 세계에서 게임도 하고, 콘서트도 보고, 물건을 만들어 팔기도 합니다. 이런 가상세계를 메타버스(Metaverse)라고 합니다.
10대 사이에 인기가 높은 여자 아이돌 그룹 중에 ‘에스파’가 있습니다. 이 아이돌 그룹의 이름 에스파는 Avatar(아바타)와 Experience(경험)를 결합해 만든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인기곡 ‘넥스트 레벨’ 역시 노래 제목과 가사가 메타버스를 뜻한다고 합니다. 메타버스는 젊은이들이 가상 공간에 모여서 활동하는 곳인만큼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발 빠르게 진입하여 선점하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세계는 스마트폰, 컴퓨터, 인터넷,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낸 세상입니다. 이곳 안에서 소비와 생산이 이루어집니다. 나의 분신인 아바타가 이곳에서 경제 활동을 하고, 다른 아바타들과 소통하고 교류합니다. 기업은 메타버스를 이용해 마케팅, 홍보 효과를 통해 현실 경제로 구매를 연결시키는 것이 이들의 목적입니다. 메타버스에 가장 적극적인 세대가 바로 10대들입니다. 젊은 세대 모인 곳에는 주요 기업들이 그곳으로 들어가 돈을 벌 준비를 합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경제관을 갖고 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지가 중요한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이들은 이미 오프라인 경제와 온라인 경제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온오프의 구분이 사라지면서 자산에 대한 개념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실 세계의 자산뿐만 아니라 가상 세계의 자산도 중요하게 취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디지털 화폐나 NFT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이를 잘 알기 위해서는 블록 체인에 대한 기술 이해가 필수입니다.

여기까지가 최근까지의 주요 돈의 흐름입니다. 돈은 지금 이슈되는 곳들을 주요 통로로 삼아 움직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도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과 게임이 경제와 돈에 있어서는 어떤 의미인지를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부모인 나도 잘 모르는데 라고 생각하지 말고, 부모 스스로 먼저 공부하면 됩니다.
(글 : 김영옥 청소년/학부모 경제교육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