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애널리스트의 리서치 습관>을 펴낸 애널리스트 김경민 위원을 만나다. 반도체 분야에서 수차례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선정된 한국IR협의회(한국거래소 산하 조직) 김경민 위원을 만나 그녀의 일상과 애널리스트로 일하는 법 그리고 주식 투자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았습니다.

Q1. 애널리스트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고, 진로 계획은 어떻게 세워야 하나요?
저는 영문학과를 전공했지만, 학부에서 상경 계열을 전공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 선택일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에 외국어 영어나 중국어를 잘하면 채용될 가능성이 더욱 커집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대기업과 비슷한 것 같아요. 대신 주식 투자 동아리나 기업 분석 동아리 같은 경험이 있다면 채용 시 가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주식이나 매크로(거시 경제 환경) 등에 관심이 많아야 하고요. 성실하고 꼼꼼하고 차분한 이미지도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요즘 MZ세대가 지향하는 일과 삶의 균형의 중시, 이런 것은 사실 애널리스트와 어울리지 않아요. 일단 애널리스트를 한다는 것은 거의 일 속에 파묻혀 24시간 산다는 것과 맞먹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일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Q2. 애널리스트는 통상 한 달에 몇 개 정도의 보고서를 쓰나요? 이걸 굳이 A4 기준으로 얘기하면 몇 장 정도의 글을 쓴다고 생각하면 되나요?
현재 제가 다니는 직장 기준으로 보면, 1주일에 1건의 보고서를 쓰고 있어요. 보고서 하나당 평균 10~20장(A4 기준) 정도의 분량이고요. 그리고 애널리스트가 회사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한 번 커버했던 종목에 대해 쓰고 또 쓰고 하는 것이 아니라 매주 새로운 종목을 쓴다고 보시면 됩니다. 학교 다닐 때, 기말시험 대체 리포트를 매주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Q3. 책에서도 애널리스트의 하루 일과를 말씀 주셨는데, 책을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한 번 더 하루 일과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점심은 드시고 일하시는 거죠? ㅎㅎ)
저는 5시에서 6시 사이쯤 일어나서, 일어나자마자 간밤에 있었던 뉴욕 증시를 살핍니다. 특히 제가 담당 업종의 주가를 반드시 보죠. 그런 다음 주요 뉴스나 관련 뉴스를 체크합니다. 출근해서는 기업 탐방, 기업 분석 자료 작성, 투자자 대응 세미나 등으로 하루 일과가 꽉 채워지고요. 그리고 애널리스트는 외근 나갈 일도 많습니다. 대형 증권사 리서치 센터일수록 외근의 횟수는 잦고요. 기업 탐방을 하거나 기관 투자자들을 만나 투자 유치 등을 상의하죠. 거의 100% 영업직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점심은 먹고 일하고요, 주로 손님과 먹거나 그렇지 않으면 그냥 혼자 간단히 먹고 쉽니다. 워낙 하루 일정이 빡빡 하다 보니 주변 지인들로부터 “밥 한번 먹자!” 이렇게 말씀 듣는 것도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퇴근하고 나서는 낮보다는 조용하게 기업 분석 자료들을 챙기거나 본격적인 글쓰기(보고서 쓰기)에 돌입합니다. 그래서 칼퇴근이라는 건 없습니다. (웃음)
Q4. 애널리스트로서 가장 기쁠 때와 가장 슬플 때는 어떤 때인가요?
기쁠 때는 보고서에서 언급한 기업 주가가 1개월 동안 100% 정도 오를 때입니다. 그러면 제 보고서를 보고 투자 결정한 분들로부터 고맙다는 코멘트를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제 보고서가 많이 읽힐 때인데요. 증권사 리서치 자료를 모아서 서비스하는 fnguide.com의 첫 화면에 인기 키워드로 제 이름이나 제가 쓴 보고서 제목이 큰 글씨로 노출되면 그것만큼 기쁜 것도 없습니다. 그리고 Bloomberg, KBS 같은 방송사에서 출연 요청이 와도 기분이 좋습니다.
반대로 슬플 때는 제가 담당하고 있는 업종이 점점 사양 산업이 되는 것 같고, 시장에서 비인기 업종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슬플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업 등을 보고서에 잔뜩 언급했는데, 주목을 받지 못하거나 주가가 약보합이 되면 그때도 마음이 아픕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내가 애널리스트로서 재능이 없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Q5. 뛰어난 애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스킬/덕목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개인의 삶을 많이 희생할 정도로 애널리스트 업무를 좋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대로 일하면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오래 버티고 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하는 일에서도 작고 사소한 일(보고서의 오타를 체크하고, 금요일 오후에 지방으로 기업 탐방을 나가는 등)에도 나의 커리어와 증시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간 압박 속에서도 빛의 속도로 일을 처리할 수 능력이 최고의 스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