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이 콘텐츠다
유동하는 액체 미디어 시대의 IP 전략
이성민 지음 / 21,000원
좋은습관연구소가 제안하는 59번째 습관은 “콘텐츠 기업이 되는 습관”입니다. 콘텐츠라는 단어는 이제 미디어 기업에만 국한해서 사용하지 않습니다. 제조 기업이나 서비스 기업에서도 자신의 브랜드(상품)를 콘텐츠로 해석하고, 나아가 IP(지식재산권)로 관리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콘텐츠와 IP는 무엇이고 팬덤은 무엇이며, 그동안 미디어 기업에서는 어떤 식으로 관리했으며, 어떻게 자신들의 비즈니스 영역 확장에 활용했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콘텐츠와 IP와 팬덤, 나아가 액체 미디어 시대에 대한 이해는 이제 “모든 기업이 해야 하는 일”이 되었습니다.
(2025년 10월 15일 출간)
- 이 책을 시작함에 앞서, 케데헌의 사례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케데헌은 콘텐츠 IP(Intellectual Property, 지식재산권) 비즈니스의 가장 최신 사례다. 이 사례를 출발점으로 삼아 이 책의 논의를 따라가 보면, 지금의 미디어 환경, 즉 ‘액체 미디어’ 환경에서 IP가 중요해진 이유와 콘텐츠 기업으로서 가져야 할 전략을 깊이 고민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5쪽)
- 끝으로, 왜 한국은 케데헌 같은 작품을 못 만드느냐, 그리고 왜 우리에게는 이런 IP가 없느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이 책을 찾아 읽는 이유도 어쩌면 그런 갈망 때문인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얘기해, 우리도 슈퍼 IP를 갖고자 하는 열망이 분명 큰 의미가 있음은 분명하겠지만, 앞서 얘기한 대로 IP 생태계에 어떤 전략으로 참여해서, 어떤 기여와 수혜를 주고받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이다. (10쪽)
- 이제는 모든 콘텐츠가 하나의 화면 안에서 경쟁하기 시작했다. 경계가 명확한 ‘고체 미디어’가 아닌, 디지털 환경에서 융합된 ‘액체 미디어’로 변화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더 이상 특정 방송사나 플랫폼을 따라가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와 캐릭터, 즉 ‘IP’를 따라간다. 바로 이 지점에서 책은 출발한다. (13쪽)
-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이 단단하던 미디어의 경계를 녹여 내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제 하나의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도서와 웹툰, 웹소설을 읽는다. 과거에 분리되어 있던 모든 미디어가 소프트웨어의 형태로 하나의 스크린 안으로 융합된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이 사용했던 ‘액체 근대(Liquid Modernity)’라는 개념을 빌려 ‘액체 미디어(Liquid Media)’라고 부르고자 한다. (24쪽)
- 저작권과 상표권은 콘텐츠 IP를 지탱하는 두 개의 핵심 기둥이다. 저작권이 창작자에게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확장할 힘을 부여한다면, 상표권은 그 세계의 가치를 현실 세계의 비즈니스로 연결하고 지속시킬 힘을 제공한다. 성공적인 IP 비즈니스는 이 두 권리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창작의 단계에서부터 사업화의 단계까지 유기적으로 연계하며 전략을 수립하는 데서 출발한다. (43쪽)
- 모든 콘텐츠 제작을 장기적인 ‘IP 자산화’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기업은 단기적인 흥행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전략적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다. 개별 작품의 성공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 작품이 전체 포트폴리오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며 어떻게 IP 가치 확장에 기여할 것인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50쪽)
- 각각의 콘텐츠는 그 자체로 완결된 재미를 주지만, 모든 조각을 맞추었을 때 비로소 IP의 세계 전체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다. 이는 팬들로 하여금 모든 형태의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도록 유도하며, IP에 대한 경험을 더욱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하도록 만든다.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은 결국 팬덤이 IP를 더 깊고 다양하게 경험하는 방식으로, IP의 가치를 성장시키는 전략적 방법이다. (57쪽)
- 이제 우리는 모든 콘텐츠를 만들 때 다음과 같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콘텐츠는 어떻게 끝날까?”가 아니라, “이 콘텐츠는 어떤 서비스의 출발점이 될까?”라고. 하나의 콘텐츠를 완결된 상품이 아닌, 끝나지 않는 이야기와 경험의 시작 점으로 바라보는 것. 이런 관점의 변화야말로 IP 시대의 창작자와 기업이 꼭 가져야 할 시각이다. (65쪽)
- IP 비즈니스의 목표는 바로 이런 ‘하나의 온전한 경험’을 다양한 차원에서 제공하는 것이다. 라이온 킹의 2D 애니메이션 원작은 서사와 음악이 주는 감동적인 서사적 경험을 완성했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은 살아있는 배우들의 몸짓과 무대 연출을 통해 관객이 시공간을 공유하며 느끼는 강렬한 현장성의 경험을 선사했다. 이때 각각의 콘텐츠는 단순히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애니메이션과 뮤지컬이라는 각기 다른 매체의 본질을 활용해, 라이온 킹이라는 IP를 전혀 다른 방식의 ‘온전한 경험’으로 마주하게 한 것이다. (73쪽)
- 콘텐츠 IP 비즈니스는 바로 인간의 본질에 가장 깊이 맞닿아 있는 산업이다. 단순히 볼거리를 파는 사업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잊지 못할 경험을 선물하고, 그 경험을 평생의 자산으로 함께 가꾸어 나가는 여정이다. 따라서 미래의 콘텐츠 기업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얼마나 많은 콘텐츠를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있고 의미 있는 ‘경험’을 설계하고 관리할 수 있느냐로 보아야 한다. (96쪽)
- 이제 팬덤은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자원이자, 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규정하는 핵심 요소로 인정받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은 어떻게 하면 이들의 열정적인 활동을 더 활성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쏟아낸다. 이처럼 팬덤에 대한 인식이 부정에서 긍정으로, 문제적 집단에서 가치의 원천으로 변화한 배경에는 그들의 ‘능동성’에 주목한 학문적 논의의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107쪽)
- 팬덤은 단순한 감정적 애호를 넘어, 하위문화자본을 축적하고 기여의 욕망을 실현하려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집단이다. 성공적인 IP 비즈니스는 팬들의 본질적인 기여 욕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그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주느냐에 달려 있다. (117쪽)
- 액체 미디어 시대의 콘텐츠는 언제나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되고 재조합 될 수 있다. 콘텐츠를 완결된 하나의 형식으로 보지 않고 다양한 재조합으로 경험할 수 있는 재료의 묶음으로 이해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재구성해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가장 매력있는 콘텐츠의 핵심 요소를 발굴하고 이를 상품화할 수 있다. (141쪽)
- 결국 성공적인 캐릭터 IP들의 핵심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페르소나’가 있다. 대중은 이들 가상의 존재와 기꺼이 관계를 맺고, 그들의 서사에 공감하며, 지지할 준비를 한다. 캐릭터 IP의 승패는 얼마나 매력적이고 진정성 있는 디지털 페르소나를 창조하고, 팬들과 함께 페르소나를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154쪽)
- 스몰 IP의 성장 방식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이 따르는 ‘린 스타트업’ 방법론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린 스타트업의 핵심은 ‘최소 기능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MVP)’을 만들어 시장에 빠르게 선보이는 것이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과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는 대신, 핵심적인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제품으로 실제 고객의 반응을 살피고, 그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을 개선하며 성공 확률을 높여가는 전략이다. (173쪽)
- 성공적인 IP 비즈니스는 단일 콘텐츠의 흥행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콘텐츠를 매개로 형성된 팬덤과의 연결을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이 자산을 다양한 파트너와 공유·확장하며 ‘연결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182쪽)
- 핑크퐁의 〈아기상어〉 신화는 이러한 전략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핑크퐁의 성공은 처음부터 홈런을 노리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이미 수백 개의 동요 영상이라는 ‘작은 테스트’를 시장에 선보인 상태에서 그중 유독 ‘아기상어’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자, 회사의 모든 역량을 그곳에 쏟아 슈퍼 IP로 키워냈다. 이는 수백 번의 작은 실패를 감수할 수 있었기에 단 한 번의 거대한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음을 의미한다. (189쪽)
- 필자는 IP의 잠재적 가치를 가늠하는 방법으로 ‘규모(Size)’ ‘강도(Intensity)’ 그리고 ‘지속 시간(Duration)’이라는 세 가지 변수의 곱이라는 방식을 제안하고자 한다. (203쪽)
- 창작자는 사업 파트너의 시장 감각을 존중하고, 사업 파트너는 창작자의 IP 철학을 이해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상호 존중의 토대가 마련되었다면, 다음으로는 역할과 책임, 수익 배분, 권리의 귀속 등 민감한 사항들을 초기에 명확하고 공정한 계약으로 문서화해야 한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분쟁을 막고, 상호 신뢰의 굳건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224쪽)
- IP 시대, 마케터의 업무 영역은 전통적인 광고의 경계를 훌쩍 넘어선다. 이들은 IP 경험을 설계하는 핵심적인 프로듀서 역할을 한다. 작가와 감독이 콘텐츠를 만들고 나면, 팬덤과의 접점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은 마케터가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