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칭 실용적인 사람일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모호한 다소 깊이가 있는 소설 책 읽기를 어려워합니다. 특히 고전이라고 명명된 도서, 특히 ‘재미’는 사라지고 ‘문학성’만 있는 경우, 완독은 머나먼 일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일수록, 고객과의 만남을 즐기고, 때로는 설득해야 하는 사람일수록 소설을 통한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절대 소비자 조사나 마케팅 조사에서는 만날 수 없는 캐릭터입니다. 이들의 내면을 이해하는 것이 페르소나를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보다 더 깊은 이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뛰어난 기획자나 마케터, 비즈니스맨일수록 문학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소설을 읽는 행위는 지식을 습득하는 실용서 독서와 달리, 타인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낯선 세계의 감각을 통과하는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획자이거나 마케터라면 꼭 소설 읽기를 다른 실용서 만큼이나 해야 합니다.
소설의 결을 깊이 음미하고 완독의 즐거움을 키워주는 핵심 습관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첫 50쪽의 진입 장벽을 견디는 습관
- 세계관 적응기 허용하기: 모든 소설의 초반 30~50쪽은 인물의 이름, 배경 설정, 작가 고유의 문체에 적응해야 하는 ‘인지적 마찰’의 구간입니다. 이 구간에서는 스토리가 다소 낯설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러니 성급히 책장을 덮지 않고 세계의 규칙이 눈에 익을 때까지 호흡을 길게 가져갈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만 버팁시다!”
- 등장인물 메모해 두기: 인물이 많이 나오는 장편소설이나 러시아·유럽 문학을 읽을 때는 책 앞표지 안쪽이나 책갈피 여백에 주요 인물의 이름과 관계를 짧게 적어두면 몰입이 끊기지 않습니다. 대하 장편 소설일수록 등장 인물 그리고 관계를 이해하고 읽는다면 훨씬 빠르게 이야기에 몰입될 수 있습니다. 검색을 통해 미리 관련 정보를 얻어두는 것도 좋을것 같습니다.
2. ‘효용’을 내려놓고 감각을 여는 습관
- 교훈 찾기 강박 버리기: 소설을 읽으며 “이 이야기의 주제는 무엇인가?”, “나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가?”를 따지기 시작하면 문학 특유의 모호성과 여백이 사라집니다. 소설은 정답을 얻기 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갈등과 슬픔, 묘사된 계절의 공기를 있는 그대로 체험하기 위해 읽는 것입니다.
- 소리 내어 읽거나 문장의 리듬 느끼기: 뛰어난 소설가의 문장에는 특유의 보폭과 호흡(운율)이 있습니다. 마음에 닿는 문장을 만나면 눈으로만 스치지 말고 입술로 나직하게 읊조려 봅니다.
3. 나와 다른 인물의 마음에 머무는 습관 (공감의 렌즈)
- 도덕적 재단 잠시 멈추기: 소설 속 인물들은 종종 비겁하고, 나약하며, 위선적인 선택을 합니다. 현실의 도덕 잣대로 인물을 쉽게 비난하기보다 “어떤 결핍과 상황이 이 사람을 저 막다른 골목으로 밀어 넣었을까?”를 들여다보는 연습이 내면의 시야를 넓혀줍니다.
-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가 보기: 인물이 어두운 골목길에 섰을 때, 빗소리를 들을 때, 누군가의 등을 바라볼 때 머릿속으로 그 장면의 빛과 냄새, 온도를 상상하며 감각을 동기화합니다.
4. 덩어리 시간과 공간을 구별하는 습관
- 끊어 읽지 않는 ‘몰입 블록’ 만들기: 5분, 10분씩 짧게 쪼개어 읽으면 서사의 흐름과 감정선이 자꾸 끊깁니다. 주말 오후나 잠들기 전 40분~1시간처럼 스마트폰을 꺼두고 온전히 소설 속 세계에 머무를 수 있는 단일한 시간대를 확보합니다.
- 밤 시간대 활용: 이성적·분석적 사고가 활발한 아침과 달리, 감수성이 열리고 외부 소음이 잦아드는 밤이나 비 오는 날의 환경은 소설의 정서에 몰입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 됩니다.
소설을 읽는 좋은 습관이란 결국 책장을 빨리 넘기는 속도에 있지 않습니다.
작가가 지어 올린 문장 속 인물의 곁에 가만히 나란히 서서 머무는 시간에 있습니다.